[연구원장 릴레이 특강] 실명제보완조치와 물가불안..황의각

우리경제의 오랜 숙원이던 금융실명제가 8월12일 전격 실시된이후 충격의단기적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위해 각종 보완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과거오랜기간동안 자금의 음성적거래등 지하경제운용의 사회관행이 국민경제의공명정대한 경기규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지탄받아왔다. 따라서 우리사회에서 공의와 정의 등 국민의 경제윤리와 도덕을 거론할때마다 누구나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고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다시 말하자면 올바른 경기규칙을 세우지 않으면 부정과 불의한 인간행위및 사회관행은 바뀔수 없다는 것이다. 공명정대한 경기규칙이 마련되고 그것이 실행될수밖에 없는 법과 제도및 사회관행이 세워질때 깨끗한 사회가 이루어 진다. 금융실명제의 실시는 모든 금융거래와 납세에 있어서 공정한 경기규칙의틀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느냐 하면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일과 더불어 과거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탈세등 범법행위를 밝히고 책임을 묻는것도 사정차원에서 볼때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 제도가 불법과 부정한 경제행위를 허용하는,다시말해경기규칙이 공명정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의가 존재해왔던 것인데 그제도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과거를 캐묻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지향적인 실명제도입이 오히려 과거조사라는 사정적의미에 무게를두게되니 사채시장이 동결되고 시중의 자금흐름이 경색되어 많은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게되고 경기는 냉각되게 마련이다. 정부는 실명제실시 직후 영세.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을 완화해줄 목적으로1조30억원의 긴급자금을 공급한바 있다. 이 규모로는 과거 2조원이상의신용거래형태로 회전되던 사채자금의 자리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실정이어서 중소기업과 한계영세기업의 자금애로는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추가대책으로 자산규모가 2백억원이 넘는 신용협동조합과새마을금고에 대해서 9월20일부터 어음 담보대출업무를 신규로 허용키로함과 동시에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추가로 4천억원 더 풀기로했다. 일반 추석자금도 예년의 3조원수준에서 금년에는 4조5천억원수준으로 확대공급키로 했다. 문제는 통화공급이 계속 증대되고 있는데도 통화의 유통속도가 낮은 수준이어서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잠재적 불안요인이 있다고 볼수 있다. 현재로는 국세청조사 등 사정불안 때문에 거액의 검은 현금등이 사금고속에 숨어있고 또 한편으로는정부의 계속되는 예측 불가능한 정책들 때문에 막연한 불안심리에 사로잡혀있는 일반국민이나 기업들의 유동성 보유욕구증대로 증가된 통화공급이 마치 모래사장에 부어진 물처럼 밑으로 침잠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조만간 어떤 이유로 사회에 물가불안심리가 확산되면 퇴장된 현금과증가되는 통화공급이 사재기등 지출증대를 유발하여 급속한 인플레이션을유발할수 있다. 이때 정부가 다시 통화공급의 고삐를 죄는 긴축정책을 쓰게되면 기업의투자사업에 영향을 미치는등 기업활동의 지속적 추진에 변동을 일으켜경제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이런 경우가 곧 스태그플레이션현상(높은실업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상태)이다. 이미 우리경제는 실명제이후 돈이 많이 풀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경제활동은 계속 위축되어 있는데 한편으로는 물가불안심리가 확산되고있다. 추석과 연말자금수요로 통화공급은 당분간 계속 증가될 것으로전망되는데 실명제실시로 과거 무자료거래를 통한 상품유통이 위축되고전반적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어서 내년도 우리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이 닥치지 않을까 다소 걱정이 된다. 은 통화공급과 물가상승과의 관계를,그리고 는 물가와 실업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을 보여준다. 에서 통화공급이 MS0으로 부터 MS2로 증가하면 물가는 P0으로부터P1로 상승함을 보여준다. 물가가 상승할때 생산활동이 확대되면 에서 보는 바와같이 실업이U0에서 U1로 감소하게 된다(곡선A의 관계). 그러나 물가상승(통화공급의증가)이 기대물가만 상승시키고 실물경제(실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거나오히려 악화시키게 되면 필립스곡선은 수직 또는 우상의 모습을나타낸다(곡선B의 경우). 아직도 성장여력이 있는 경제에서는 통화공급증가 물가상승 경기회복(실업감소)의 과정이 단기적으로 볼때 정상적이라고 할수있다. 그러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팽배해지면 통화증가의 실물경제효과는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구분없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인플레이션과실업의 심화현상만 가져온다. 우리는 후자의 상태가 한국경제의 현실이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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