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스템 법정관리신청, 해프닝으로 끝나

고려씨스템산업(회장 이동훈)이 지난 10일 회사정리절차개시(법정관리)를 서울 민사지방법원에 신청했다가 17일 철회했다. 고려씨스템의 법정관리신청 해프닝은 동양정밀 인수에따른 자금난과최근의 컴퓨터경기부진이 복합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인수한 동양정밀과 동양전자통신의 정상화가 계획대로 이뤄지지않아 지난 2일 동양정밀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고 그 여파로고려씨스템까지 부도 일보직전의 상황에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76년 설립된 이회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견 컴퓨터업체로비교적 탄탄한 기반을 갖춘것으로 평가돼왔다. 지난 89년 미국유니시스사에 10만대의 32비트 개인용컴퓨터(PC)를 수출키로 계약한데힘입어 지난해 은탑산업훈장과 5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6백32억원의 매출을 올려 9억3천만원의 순익을 기록한 이회사는사업다각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93년께 기업을 공개한다는 계획도 세우고있었다. 그러나 인수한 동양정밀의 부채가 오히려 늘어나는등 정상화에 실패하자법정관리라는 수단을 선택할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는 고려쪽의 부채를 늘려살림을 쪼들리게 했다. 상반기 수출은 본체 1천2백만달러,주변기기 6백만달러등 모두1천8백만달러에 불과에 지난해수준을 밑돌고있다. 미국 유니시스로의수출이 지난해 끝난다음 올해들어 호주나 일본으로 일부 수출하고 있으나물량이 그다지 많지않다. 내수쪽에서도 상당기간동안 침체를 겪어와 9백억원으로 잡은 올해매출목표달성이 쉽지 않을것으로 회사 안팎에서 내다보고있다. 이에따라 고려측은 심각한 자금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법정관리를신청했으나 채권은행의 반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고 때마침한국화약그룹의 지원약속을 받자 이를 철회한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고려씨스템의 부도를 막아줘온 한국화약그룹은 고려씨스템의 처리방법을둘러싸고 고심하다 최종적으로 계속 지원하기로 결론을 내린듯하다. 한국화약쪽이 계속지원을 망설인것은 고려가 독자적으로 부도를 막을능력이없어 지금까지 계속 짐을 져왔으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상황판단 때문.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더라도 그룹쪽에 돌아오는 실익은거의 없다는 점도 큰 이유이다. 고려씨스템은 태평양건설의 법정관리 후속조치로 계열사에서 분리하도록돼있고 사실상 독립운영돼온터라 자금을 지원해 정상화시키더라도 그룹에편입시킬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회사가 법적으로 한국화약그룹의 계열사로 돼있어 부도가 날경우그룹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아 모른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한국화약그룹측은 고려씨스템에 대한 정밀평가를 실시한것으로 알려졌다.그결과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최종 판단을 내린것으로 추정되고있다. .고려씨스템의 채권자들은 한국화약그룹측의 계속적인 지원방침에 따라어음을 연기해줄 의사를 보이고있다. 현재 고려씨스템의 금융부채는 어림잡아 5백억원을 상회하고있다.신한은행 80여억원,산업은행 10여억원등 1백억원에 이르고 대한 중앙 동양제일등 단자사들의 지급보증을 포함해 4백억원대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동양정밀을 인수하면서 이회사 전체부채액(1천7백억원)중약5백억원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떠맡은 것을 감안하면 고려씨스템의총금융부채는 1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있다. 지금까지 80여억원을 대신 결제해준 한국화약그룹측은 당초 자신들이지급보증한 부채(약5백억원)에 대해서만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으나17일 관련금융기관에 모든 부채에 대한 계속지원의사를 표명한 것으로전해졌다. 이에따라 고려씨스템은 부도위기에서 일단 벗어난 상태이나 동양정밀의지급보증등을 포함한 1천억원가까운 금융부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관심이되고있다. .고려씨스템의 법정관리신청 파문은 일단 일과성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단계이나 앞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천억원정도에 이르는 채무의 해결방법도 문제이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한길을 모색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PC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게 이회사의 회생전망을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올들어 7월까지 우리나라 컴퓨터수출이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늘어난 3억9천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채산성이크게 나빠졌다. 고려씨스템이 이런 상황을 독자적으로 타개하기는 쉽지않다는 것이일반적인 관측이다. 채산성이 나빠진데다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운해외시장여건이나 확고한 유통망없이 "제살깎아먹기"식인 국내시장에서기반을 굳히기는 쉽지않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미휴렛패커드의 중형컴퓨터 판매나네트워크사업등 시스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역시 막대한기술개발자금과 노하우등이 필요한 분야여서 신규참여업체로서는 벅찬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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