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돕는 김갑식 동신병원 원장 "편견에 우는 범죄피해자…종합지원법 필요"
“범죄 피해자는 주변의 편견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위축된 삶을 살아갑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김갑식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회장(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여러 부처에 흩어진 법을 정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에 지원 업무가 나뉘어 있는 데다 부처별로 성과 중심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할 피해자가 곤란한 일을 겪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살인 강도 강간 폭력 방화 등 5대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돕는 사단법인이다. 전국 58개 지방검찰청에 지역별 지원센터를 두고 있다. 2013년 연합회 회장에 오른 김 회장은 올해 연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김 회장은 서울 홍은동에 있는 동신병원 원장이다. 대한병원협회 서울시병원회장도 맡고 있다. 서울 대광고와 가톨릭대 의대를 나온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병원 내과 교수 대신 개업의의 길을 선택했다. 1993년 경영난에 허덕이던 동신병원을 맡아 운영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주치의를 내세운 동신병원은 환자 편에 서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몰렸다. 현재는 200병상 규모에 응급실 등을 운영하는 서대문구 지역거점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병원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는 발 벗고 나섰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렵게 공부한 경험 때문에 가난해서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모교인 가톨릭대 의대에 매년 200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2005년 서울서부지검 검사의 추천으로 범죄피해자지원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정부 지원 예산이 거의 없던 때다. 지원에 참여한 운영위원들이 수천만원씩 개인 돈을 보태 피해자를 도왔다. 피해자 가족을 위한 생계비와 학자금, 의료비용, 취업 등을 지원했다. 2010년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이 통과되면서 피해자를 돕는 예산이 생겼지만 여전히 센터 운영비 등은 운영위원들이 내야 할 정도로 지원이 부족하다.

그는 2013년 회장이 되면서 삼성에스원과 범죄 피해자를 돕는 ‘다링 안심 캠페인’을 시작했다. 범죄 피해자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범국민 운동이다. 여러 곳에 분산된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통합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피해를 봐 억울하다고 하면 ‘그럴 만한 일을 했겠지’라고 여기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김 회장은 “국민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며 “피해자가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지원센터 전화번호(1577-1295)를 간단한 단축번호로 바꾸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