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인 춘제 연휴(24~30일)를 앞두고 한국에 온 중국인 여성 A씨(35)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로 확인됐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국 내 환자도 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국내에 첫 환자가 발생했지만 추가 전파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앞으로 1~2주일 정도가 확산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한 폐렴' 中 30대 여성 격리…"1~2주가 확산 고비"
우한 거주 35세 여성 환자 확진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된 A씨는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시 거주자다. 지난 18일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현지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다음날인 19일 한국을 거쳐 일본을 여행하기 위해 입국했다가 발열 증상을 호소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와 함께 국내에 입국한 동승자는 다섯 명이며 추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없다”고 했다.

인천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 폐렴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치료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상에 따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에 쓰였던 인터페론, 리바리빈 등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한다. 폐렴 등이 심한 중증 환자는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인공심폐기) 등으로 몸속 산소와 혈액 순환을 돕는 치료를 한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내에서도 환자 상당수가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일부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은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가 이겨낼 때까지 버티는 치료인데 한국이 이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치료법이 없다고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한 폐렴' 中 30대 여성 격리…"1~2주가 확산 고비"
의료진 감염 여부 등이 확산 바로미터

추가 확산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과 교류가 많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유행이 시작되면 국내 확산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족에게 옮기는 정도의 전파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 들어 우한을 방문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인 국내 의심 환자는 7명이다. 이들은 모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심 환자와 접촉해 감시 대상인 사람은 14명이다.

국내 의료진은 춘제 연휴 등으로 중국 내 이동이 활발해지는 향후 1~2주 동안 확산세를 지켜봐야 전파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002년 중국에서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국내서 유행한 메르스와 비슷하다. 이들 질환은 모두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의료진이 감염된 뒤 지역사회로 확산됐다. 중국 보건당국은 아직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된 사례는 없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폐렴 단호하게 억제” 긴급 지시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우한에서만 130여 명의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으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총 224명이다. 베이징 다싱구는 우한을 여행하고 돌아온 두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남부 광둥성의 첨단산업도시인 선전에서도 우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66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포함해 전체 확진자 중 3명이 숨지고 170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25명은 퇴원했다. 일본과 태국에서도 추가 환자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는 모두 중국 우한을 방문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사실상 국가 방역망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얼마나 심각한지,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지 등 추측만 할 뿐” “모든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단호하게 병의 확산 추세를 억제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지현/강현우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