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사진=롯데면세점 홈페이지 캡처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사진=롯데면세점 홈페이지 캡처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 간 임대료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부터 양측이 릴레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신라·신세계·SM면세점 등 제1터미널(T1) 사업자에게 기존 임대료 대비 '27.9% 인하안' 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2터미널(T2) 개항으로 줄어든 T1 국제선 출발여객(환승여객포함)의 감소 비율 만큼 임대료를 인하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세사업자들은 이 같은 협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적사와 외항사 고객의 객단가(1인당 매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일방적인 인하안을 내놓은데 대해 면세 사업자들은 "현 수준의 임대료로는 일부 매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롯데면세점의 후속사업자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당초 협상 테이블에는 T1 동편, 중앙, 서편, 탑승동 등 위치별로 고객수 및 객단가 등을 고려하는 조정안이 포함됐다. 동편 30.1%, 중앙 37%, 서편 43.6%, 탑승동 16.1% 인하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의 철수 결정직후 돌연 인천공항 측이 인하안을 통보하자 협상을 진행 중이던 사업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27.9% 인하안은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T2 이전으로 줄어드는 여객수가 약 30%가량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실제 매출이 더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빈자리에 저가 항공사, 외항사 등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시아나가 동편으로 옮기면서 서편 구역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이 더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임대료를 구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적사와 저비용 항공사(LCC), 외항사 이용객의 구매력 차이는 3배에 달한다"며 "구역별로 임대료 인하율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 애초 임대료 책정이 너무 높게 된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측에 임대료 인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요지의 항의서한을 보냈다. 롯데 다음으로 큰 구역을 보유하고 있는 신라면세점도 불만이 적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도 난감한 상황이다. 면세점 업계만 적잖은 임대료 조정이 이뤄진다면 차짓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 카페, 편의점 등 다른 일반 사업자들이 도미노 처럼 인하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인천공항은 올해 연말까지 1만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인건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수입이 절실하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전체수익 가운에 절반을 임대료에서 얻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추가 인하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롯데 철수 이후 최대한 빨리 후속 사업자 선정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면세 업계에서는 후속 사업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수준의 임대료 조건에서는 입찰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면세 사업자는 "공항점이 있어야 향후 해외진출이 유리해 높은 임대료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입점했는데, 예상치 못한 사드이슈로 임대료 문제가 부각됐다"며 "현 수준의 임대료로는 다음달 후속 사업자 입찰이 유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