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채권추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신용정보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채권추심변호사회를 세우자 신용정보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높은 법률 역량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변호사협회 논리와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지 않은 추심 행위는 불법이라는 신용정보업계 주장이 맞서는 모양새다.

변협은 지난 12일 채권추심변호사회를 창립했다. 황선철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가 채권추심변호사회 초대 회장을 맡았고, 500여 명의 변호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채권추심변호사회는 회원을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하고 업무 매뉴얼을 제공하는 등 변호사가 채권추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불법추심 줄 것" vs "저임금 추심인 밥그릇 뺏기"
변협 관계자는 “채권추심 업무에 관심이 많은 회원의 전문성을 강화해 원활한 업무 수행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채권추심변호사회를 창립했다”며 “변호사가 채권추심 업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면 민간분야의 불법 추심 행위를 근절하고 채권추심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 적법한 권리행사임을 국민에게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정보업계는 허가받지 않은 변호사들의 채권추심 업무는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에 따르면 채권추심 업체는 금융회사가 50% 이상 출자해야 하며 3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 금융위 허가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다. 금융위도 올초 변호사가 금융회사와 채권추심 위임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금융위에 허가를 받은 적법한 추심회사는 국내에 24개뿐”이라며 “추심 행위는 채무자의 개인정보 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전산 시스템 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이에 맞서 변호사법에 따라 채권추심이 고유 업무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협은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민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변협은 “변호사의 채권추심 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변호사법 등에 위반돼 철회돼야 한다”며 “채권추심 업무는 소송부터 집행을 아우르는 변호사 본연의 업무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영역 싸움의 여파로 위임직 채권추심인(회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채권추심을 하는 개인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신용정보업체 고위 관계자는 “변호사들의 무허가 추심이 확대되면 소규모 업체부터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세무사, 공인중개사와의 영역 싸움에서 밀린 변호사들이 한 달 급여가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위임직 채권추심인의 밥그릇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협회를 중심으로 국회와 당국에 변호사의 채권추심 업무를 금지해 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