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힘쓰는 곳이 늘고 있다. 퇴근 후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가 하면, 아예 근무시간을 단축한 기업까지 등장했다.
파격적인 안식년제와 300명 수용 가능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카카오.
파격적인 안식년제와 300명 수용 가능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카카오.
안식년 휴가 돋보이는 카카오

‘워라밸’을 선도하는 기업으로는 정보기술(IT)업계 선두주자인 카카오가 꼽힌다. 카카오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일무이한 제도를 여럿 시행하고 있다.

안식년 휴가는 IT업계에서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파격적이다. 카카오는 입사 후 3년마다 유급 휴가 30일과 휴가 지원금 2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네이버도 입사 2년이 지나면 최대 10일 연속 사용하는 ‘리프레시 휴가’를 제공하지만 직원들의 만족도 측면에서 카카오에 못 미친다.

직원을 대상으로 한 휴가제도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2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 있는 ‘반반차 휴가제’는 직원 활용도가 높다. 육아 및 임신 기간에는 근무시간을 단축해주고 한시적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직장 내 어린이집은 사내 복지의 백미로 꼽힌다. 규모와 프로그램 측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카카오는 판교(늘예솔)와 제주(스페이스닷키즈) 오피스 두 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판교 오피스(H스퀘어)에 있는 어린이집은 430㎡ 규모의 대형 실내 놀이터를 갖추고 있다. 사실상 빌딩 1개 층을 온전히 어린이집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법상 최대 모집 가능 인원인 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금융권 최초로 스마트근무제를 운영하는 신한은행.
금융권 최초로 스마트근무제를 운영하는 신한은행.
스마트근무제 앞세운 신한은행

상대적으로 보수적 이미지가 강하고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금융권에도 수직적 조직문화를 탈피하고자 하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6년 7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유연근무제(스마트근무제)를 도입했다. 2017년 9월부터 증권, 보험, 캐피털 등 신한금융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근무제는 크게 스마트워킹센터 근무, 스마트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 등으로 나뉜다. 스마트워킹센터 근무는 기존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의 사무공간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출퇴근 시간이 긴 직원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강남과 영등포, 죽전, 본점 등 네 곳에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재택근무제는 기획아이디어 도출 및 상품·디자인 개발 등 은행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집이나 기타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자율출퇴근제는 육아 문제 등 직원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영업점을 포함해 전 직원이 월 8회 이상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유한킴벌리.
1990년대 초반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유한킴벌리.
유연근무 재택근무 선구자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워라밸’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견기업이다.

유한킴벌리는 워라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반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관리직의 경우 육아돌봄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시차출근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신 초기 또는 저학년 초등생을 자녀로 둔 직원은 임금 변경 없이 3개월간 재택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다. 업무의 효율성 및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지정좌석제를 폐지하는 한편 서울 본사를 비롯해 죽전, 군포, 충주, 대전 등 총 9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해 원격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및 저출산 극복 노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사업장에 모성 보호 공간과 모유 착유 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대전 공장에서는 직장 보육시설도 운영 중이다.

공인호 한경머니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