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인증샷’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14일 시 주석 초청 국빈 만찬에 초청받은 상당수 대기업이 시 주석과 자사 CEO의 악수 또는 대면 사진을 요청하거나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 대기업의 홍보 또는 대관(對官) 담당자들이 CEO가 청와대 행사 등에 초청받으면 대통령과의 독대 사진을 얻기 위해 언론사 등을 접촉하곤 했지만 청와대에 직접 인증샷 민원을 넣은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순방을 앞두고 기업 측에서 인증샷을 확보할 수 있는지 타진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인증샷에 목을 매는 것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 내 반한 감정을 완화하고 중국에서의 기업 이미지 제고 등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에는 26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대기업 오너 중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자열 LS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이 함께했다. 경제사절단에 합류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 행사 등 시 주석과의 대면 기회가 제한돼 인증샷을 확보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라며 “회장이 시 주석과 찍은 사진을 현지 공장이나 사무실에 걸어 놓으면 그 이상 홍보 효과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들이 오죽하면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겠느냐”며 “기업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