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기하급수 기업의 요건 '디지털 혁신'… 기술 아닌 사람을 바꾸는 게 출발점
1990년대 말 모토로라는 이리듐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지구 저궤도에 77개의 인공위성을 띄워 세계 어디든 단일 가격으로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통신료가 지금보다 훨씬 비쌌다. 100만 명이 위성전화기 한 대에 3000달러씩 내고, 추가로 분당 5달러의 이용료를 낸다면 이리듐은 금세 수익을 낼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50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기지국 설치 비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네트워크 속도가 몇십 배, 몇백 배 개선됐기 때문이다. 통신료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처참한 실패로 이어졌다. 오늘날까지 기술혁신의 가장 드라마틱한 희생양으로 회자된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기술 발전을 모토로라가 외면한 데 있다.

왜 대기업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할까.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관심과 초점이 내부를 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은 내부에 충분한 자원이 있고, 내부 사다리를 잘 타고 올라가기만 해도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내부 조직 논리 중심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혁신과 기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혁신적인 기술이 종종 무시되는 이유다.

기하급수 기업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제 어떻게 대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 질문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먼저 기술에 앞서 사람을 바꿔야 한다. 기술을 혁신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사람)를 어떻게 혁신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디지털 혁신의 출발점이고 본질이다. 외부에 대해 개방적이고 내적으로는 자율적인 조직문화의 체화와 확산을 통해 사람이 변해야 한다. 혁신은 조직 밖에 있고, 천재들은 더 이상 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해 외부 혁신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고, 구글X(구글 글라스, 자율주행차 등을 주도한 조직)와 같은 내부 파괴적 혁신팀에 의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로의 변혁이 필요하다.

둘째는 고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제프 베저스는 고객을 중심에 둔 끊임없는 자기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람들은 나에게 5년 후나 10년 후 무엇이 변할 것인지는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전략은 고객과 같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리더십을 변혁해야 한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스타벅스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2008년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CEO)로 다시 복귀한다. 그 취임 일성은 디지털 혁신이었다. 2008년 이후 스타벅스는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는 올 4월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케빈 존슨을 새 CEO로 임명, 디지털 혁신을 지속 추진하게 했다.

대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기하급수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또한 많은 대기업이 그들만의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혁신은 기술이 아닌 사람 변화의 문제라는 확고한 인식 위에 고객이라는 기준점을 정하고 리더가 앞장선다면 낙타도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

전창록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