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핵 해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한반도 문제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이 다음주 후반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국장의 행보는 러시아 외무부 초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최 국장은 방러 기간 중 모스크바에서 올레그 부르미스트프 러시아 외무부 특임대사와 만날 것으로 관측됐다. 두 사람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파괴’ 발언 등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 해법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부르미스트프 대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의 러시아 측 차석대표를 맡아왔다. 지난 7월 말에는 북한을 방문해 러시아가 마련한 한반도 위기 해결 로드맵을 제시하고 북한 측 입장을 타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북·미 간 강경 대치로 한반도 위기가 무력충돌 직전 수준까지 고조되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북핵 협상 중재에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 12일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모스크바로 초청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 및 북한 측과 연이은 접촉을 통해 양국 심중을 파악한 러시아는 북한 측에 제안한 한반도 사태 해결 로드맵을 바탕으로 당사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중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은 “북핵 문제가 미·중·북 3개국 간 파워게임 양상으로 가자 러시아가 존재감을 높이려 움직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미국을 견제하는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 전략미사일군은 지난 12일과 20일 북부 플레체스크 기지에서 1만2000여㎞ 떨어진 극동 캄차카반도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24 야르스’ 발사 실험을 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