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의 구심점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의 어젯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는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게이단렌과 정권은 수레의 두 바퀴’라는 언급이 특히 그렇다. ‘게이단렌이 아베 정권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디플레이션 탈출 등 경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게 이 신문의 평가다.

과거 ‘정경유착’의 한 축이라는 비판도 받았던 게이단렌의 수장이 정부와 대등한 협력관계로 경제발전을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이 놀랍다. 그는 “단순히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안에 들어가 경제계의 입장을 실현하겠다”며 “국가의 근간이 되는 구조개혁을 게이단렌이 앞장서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의 누구도 이 말에 시비를 하거나 논란을 부추겼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내게 된 또 하나의 주요한 배경을 여기서 보게 된다.

따지고 보면 사카키바라 회장의 ‘두 바퀴론’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자연스럽다. ‘경제와 정치’ 혹은 ‘정부와 경제계’는 당연히 국가사회를 발전시키는 양대 축이다. 한국이 그렇게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가 손꼽는 발전 모델로 성장해 왔다.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의 눈부신 성과가 서로를 밀어주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또한 압축성장의 폐해나 정경유착의 어두운 시기가 없지 않았지만 그 또한 어느 쪽만의 책임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전경련에서 “정경유착 근절에 경(經)만 있고 정(政)은 없나”(권태신 부회장)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게이단렌의 행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재계와 너무 대조적이다. “임금 인상을 (정부가 기업에) 강권해 짜증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호언하는 게이단렌과 달리 경총은 비정규직 문제에 의견을 내놨다가 뭇매를 맞았다. 재계와 정부 여당의 과도한 긴장관계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양자 모두 우열이나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관례대로라면 한·미 정상회담 때 경제계 인사들도 동행할 텐데 이런 살얼음판에서 가능이나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