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 셰플러코리아 사장 "한국 부품·소재기업, 중국보다 일본 진출 도전해야"
이병찬 셰플러코리아 사장(사진)은 “한국의 제조 경쟁력에 독일의 원천 기술을 접목해 일본 등 선진 시장을 뚫는 게 한국 기계산업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셰플러코리아는 베어링 시장에서 스웨덴 SKF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독일 셰플러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한화기계와 셰플러가 1998년 합작법인 한화베어링을 설립했고, 2004년 셰플러가 한화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셰플러코리아가 됐다.

이 회사는 경기 안산, 전북 전주, 경남 창원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안산과 창원에는 연구소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여억원으로 세계 셰플러 매출(약 16조원)의 7%를 차지했다.

이 사장은 1991년 한화기계에 입사해 구매, 기획 등의 업무를 맡다가 지난해 1월 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제품 개발과 제조, 판매 등 독립 회사로서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에서 인수됐기 때문에 단순히 조립만 하는 많은 외국계 기업과 달리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한국 부품·소재 회사가 진출해야 할 시장은 일본”이라고 했다. 셰플러코리아의 대(對)일본 수출은 지난해 605억원에서 올해 780억원으로 20%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시장이 크지만 한국 기업이 진출하려면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낮춰야 하기 때문에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 기업에 따라잡히기도 쉽다”며 “일본은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네 배 이상 크기 때문에 내수 시장이 작은 한국 기업들이 과감하게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이 까다롭긴 해도 우수한 인재와 산업 인프라를 갖춘 한국 기업의 제조 경쟁력이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원천 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셰플러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이런 부분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독일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과 셰플러코리아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해마다 600억~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플러코리아는 기술 교류를 위해 독일 8명, 미국 3명 등 18명을 해외 계열사에 파견했다.

이 사장은 “한국 사업 확장에 따라 기계, 전기·전자 등 공학 계열뿐 아니라 재무, 기획 등 인문 계열 인재도 적극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셰플러코리아 직원은 2011년 1800여 명에서 지난해 말 1997명으로 늘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