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김흥수 화백 '破天(파천)'
2014년 6월 작고한 김흥수 화백은 구상과 추상의 이질적인 요소를 한 화면에 응축해낸 ‘하모니즘’ 미학의 창시자다. 하모니즘은 음과 양의 동양철학을 중시한 독창적인 화풍이다. 김 화백은 구상과 추상이 공존할 때 화면이 비로소 온전해진다고 봤다. 작품에서 한쪽 화면은 구체적인 대상을 재현하고, 다른 화면에는 여러 모티브의 정신세계나 꿈·철학 등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1989년 제작한 ‘파천(破天)’도 하모니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관능적인 여인 누드화에 꿈과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추상적 화면을 곁들여 조형미를 극대화했다. 오른쪽 화면은 벌거벗은 여성의 뒷모습을 분홍색 톤으로 채색해 몽환적 분위기를 살려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몸매는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고, 고개 숙인 자세는 요염하면서도 고혹적이다. 벌거벗은 여인을 누가 엿보거나, 갑자기 들이닥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름다운 행위가 깨진다는 의미에서 작품 제목을 ‘파천’으로 붙였다.

김 화백은 평생 열정적인 몽환이라는 시각에서 여체를 주목했다. 어머니에게 업힐 때부터 여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그는 한때 포르노 배우를 작품 모델로 세워 화제를 모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