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가 미 보잉사의 FA-18 슈퍼호넷 전투기 구매 계획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글로브앤드메일 등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자국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를 미국 상무부가 C시리즈 중형 여객기 덤핑 판매 혐의로 조사하자 이 같은 조치를 검토 중임을 미국에 통보했다.

보잉은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벡 주정부가 봄바디어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금융 지원을 결정하자 봄바디어 중형 여객기 덤핑 혐의를 제기하며 미 상무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8일 덤핑 혐의 조사와 관련해 첫 청문회를 열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캐나다와 미국 항공산업은 긴밀하게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양국 국민의 일자리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미 상무부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슈퍼호넷 전투기 구매 취소를 캐나다산 중형 여객기 덤핑 조사에 압력을 가하는 카드로 사용하는 한편 미국 요구로 오는 8월 시작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도 카드로 활용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CF-18 교체를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 20억캐나다달러(약 1조7000억원)를 들여 슈퍼호넷 18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캐나다가 슈퍼호넷 구매를 취소하면 경쟁사인 프랑스 다소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잉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면담을 긴급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접국인 캐나다와 미국은 지난달 미국산 우유와 캐나다산 목재에 각각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