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씨티은행과 기업은행이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밝힌 가운데 농협은행, 주택금융공사 등도 일부 기간제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고려 중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업무, 직군 등의 특성을 감안해 일부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비정규직 직원이 가장 많다. 비정규직은 총 2979명으로 이 가운데 1200여명이 퇴직 후 재취업자, 출산휴가 대체인력, 파트타임 근로자들이다. 금융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도 77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비정규직 중 박사급 연구원 등 전문계약직 이외의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에는 씨티은행이 영업점 창구 및 일반사무 전담 비정규직 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영업점 창구에서 근무하는 3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국민·우리·신한·KEB하나 등 ‘빅4’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이미 정규직 전환 작업을 상당 부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07년 노사 합의를 통해 3076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한은행은 2011년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화했으며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2014년과 2015년에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쳤다. 이들 네 은행의 비정규직 비중은 5~7%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남아 있는 비정규직의 절반가량은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계약직이며 나머지 인력은 단시간 근로자여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