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세용 WRD 대표 "RC카 타고 직접 달려보실래요"
지난 1일 인천 문학구장 앞에서 스포츠카 두 대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트랙 위를 달렸다. 실제 자동차의 10분의 1 크기인 무선 조종 모형 자동차(RC카)였다. 운전자는 무선 조종기 대신 스포츠카용 버킷 시트에 앉아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듯 스티어링휠과 페달로 RC카를 조종했다. 운전자의 눈앞에는 RC카에 달린 소형 카메라 ‘고프로’가 실시간으로 보내는 영상이 펼쳐졌다. 야구를 보러 온 관람객 중 200여명이 RC카가 달리는 체험관을 지켜봤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더블유알디(WRD)가 내놓은 ‘일렉트로 레이싱’ 체험관이었다. 엄세용 WRD 대표(사진)는 “SK와이번즈 구단 측에서 먼저 유튜브 소개 영상을 보고 체험관을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일렉트로 레이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렉트로 레이싱은 RC카를 타고 달리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놀이장비다. WRD가 개발한 ‘에이펙스 링크’가 핵심기술이다. 5기가헤르츠(㎓) 무선 통신으로 초고화질(풀HD) 영상을 송수신할 수 있다.

일렉트로 레이싱에는 엄 대표의 아찔한 경험이 녹아들었다. 2014년 봄, 자동차 마니아인 엄 대표는 경주용 도로(서킷)를 달리다 미끄러지는 다른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실제 레이싱의 짜릿함과 컴퓨터 게임의 안전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다 RC카에 카메라를 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BMW코리아에서 리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그는 회사를 나와 2015년 WRD를 설립하고 일렉트로 레이싱을 개발했다.

WRD는 각종 이벤트 현장에 일렉트로 레이싱 체험장을 세워 제품을 알릴 계획이다. 기존 RC카 경기장에는 송수신기로 이뤄진 에이펙스 링크를 공급한다. RC카 관련 시장이 국내보다 일찌감치 성숙한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엄 대표는 “미국 RC카 경기장 시장 규모는 80억달러(약 9조664억원) 수준”이라며 “캘리포니아 소재 RC카 경기장과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맺고 에이펙스 링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WRD의 내년 매출 목표는 5억원이다.

엄 대표는 “각종 스포츠를 후원하는 오스트리아 기업 레드불처럼 사람들에게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