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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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37·사진)의 어릴 적 꿈은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꿈을 펼칠 공간도 특이했다. 소년 윤성혁은 통일 이후 북한에서 사업가로 살아가기를 꿈꿨다. 엉뚱하게 보일 법한 그의 꿈은 연매출 4000억원, 임직원 1200명의 중견기업을 일구면서 어느 정도 실현됐다. 일자리를 찾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교육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으니 윤 대표는 어릴 적 소원을 대부분 이룬 셈이다.

윤 대표는 속칭 ‘공돌이’ 출신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가 택한 직업은 경영컨설턴트였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숱한 기업과 산업의 부침을 읽으면서 향후 경영을 위한 내공을 쌓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선 온라인 교육사업 책임자를 맡아 교육산업에 눈을 떴다. ‘돈이 없어도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0년 교육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돈을 버는 일은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으니 세상을 바꾸고 업계를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세운 회사를 통해서 말이죠. 인생이 진짜 짧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죽음 직전에 돈 많이 번 것 정도만 떠오른다면 후회스러운 삶일 것 같아요. 돈이 아니라 예컨대 ‘4억명을 살렸어’와 같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삶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습니다.”

▶회사 비전도 특이합니다.

“‘1%의 소수가 누리는 혜택을 나머지 99%도 누리게 해주자’라고 비전을 정했습니다. 제 평소 신념입니다. 어찌 보면 저희는 사교육 업체지만 결과적으로 교육 격차를 없애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진정성을 고객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고, 서서히 결실도 맺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리패스’를 말씀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프리패스 정책이 에스티유니타스가 추구하는 기업 비전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어요. 모든 강사의 모든 강의를 저렴한 금액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입니다. ‘영단기’는 40만원대, ‘공단기’는 60만원 정도면 전 과목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죠.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한 달에 5만원 미만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셈입니다.”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직원들도 그러다 회사 망한다고 걱정했어요. 기업은 물론 이윤 창출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교육의 빈부격차를 없애자는 목표를 우선으로 삼았습니다. 다른 기업이 도저히 시도할 수 없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기존 사업자들이 공급자 관점에서 상품을 내놨다면, 저희는 철저히 수요자 관점에서 상품을 구성한 것이죠. 이게 차별화 포인트가 됐고, 이윤 창출 측면에서도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 콘텐츠만의 특징이 있나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수험생의 고민이 무엇일까 하는 점입니다. 기획자가 자신의 생각을 서비스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저희의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수험생들이 어떤 불만과 욕구를 갖고 있는지를 찾아내 서비스에 반영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단기 고득점 방법론’이에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일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영단기’는 토익 단기 고득점자 1444명을 연구했고, ‘공단기’는 2만7833명의 합격자를 분석해 단기간에 고득점을 받는 방법과 합격하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단고론’은 이런 노하우를 수험생에게 전달하자는 데 착안해 고안했습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분석 ‘툴(tool)’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어요.”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이네요.

“맞아요. 최근에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합격 여부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데 착안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들에게 합격예측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공단기의 합격예측 서비스는 99.8%의 정확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브랜드가 60여개에 달합니다. 원칙이 있나요.

“저는 남들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서 경쟁을 하느냐보다 ‘시장을 바꿀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즉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느냐 이것이 새로운 분야에 진입하는 원칙입니다. 시장에 뛰어들어 ‘고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게 신규 분야 진출의 가장 큰 원칙입니다.”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한국에서의 1등은 우물 안 개구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내 교육시장에는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글로벌 1등만이 생존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 교육 시장을 이끄는 미국에서 의미 있는 성공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프린스턴 리뷰를 인수하겠다고 생각했습니까.

“프린스턴 리뷰는 미국 교육의 자존심으로 불립니다. 이 회사의 브랜드와 전통을 우리의 혁신과 기술로 융합한다면 미래 글로벌 교육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엔 에듀테크 기술과 스피드 그리고 독창적 마케팅이 있다면 프린스턴 리뷰는 글로벌 브랜드와 전통 그리고 막대한 학습 데이터를 갖고 있어요. 두 회사의 장점이 시너지를 발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서 압도적 강자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요.

“기존의 획일화된 교육 패러다임을 따르면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개인에게 특화되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우리 회사가 할 일이죠. 이제는 한 번 배워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지속적으로 교육받고 이를 통해 고용까지 연결되는 평생교육 시대에 어울리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 스콜레 등 직업교육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10년 뒤 에스티유니타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에스티유니타스는 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넥스트 러닝(Next Learning)’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인공지능 가정교사를 통해 최고의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넥스트 튜터(Next Tutor)’, 아프리카나 남미의 빈민가에서도 최고의 교수진과 대화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넥스트 클래스룸(Next Classroom)’, 등록금이 없어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학교인 ‘넥스트 스쿨(Next School)’ 등이 에스티유니타스가 꿈꾸는 목표입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