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반기후정책', 경제패권 전략의 한 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유세기간에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언하면서 글로벌 기후금융 체제와 탄소배출권 제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란 의견이 팽배해 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미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주(州) 단위로 시행되고 있는 주정부 영역이다. 트럼프의 백악관이나 연방정부의 방침에 좌우될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에는 세 개의 배출권거래제가 있다. 뉴욕 매사추세츠 버몬트 메인 등 동부 9개 주의 ‘지역온실가스제도’,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퀘벡주의 거래제인 ‘서부기후제도’, 일리노이 미네소타 미시간 등 6개 주와 캐나다 매니토바주가 참가하고 있는 ‘중서부 온실가스감축협정’이 있는데 모두 주정부 차원에서 운영된다.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이 배출권거래제는 트럼프의 의중과 관계없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가 탈퇴하겠다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교토체제가 끝나는 2020년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트럼프의 임기는 2017~2020년이어서 재선에 성공하기 전에는 그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 미국은 2020년까지 유효한 교토협정 참가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 또한 트럼프의 주장과 아무 상관이 없다. 트럼프를 이용해 기후변화 책임을 회피하려는 세력과 기후변화 아젠다를 강화하려는 환경단체들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져 트럼프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공언이 과장돼 소비되고 있으며 트럼프 자신도 이런 흐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유세기간에 줄곧 ‘기후변화’는 중국이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음모라고 주장하며 중국을 맹비난해 당선 후 중국에 대한 공격은 예상된 일이었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요한 요구와 탄소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에 굴복해 결국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세계 최대 국가단위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올해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막상 트럼프의 미국은 기후변화 책임에서 발을 빼려는 것 같고 설상가상 유럽에서는 미국 대신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책임을 지고 지구온난화 방지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고 치켜세우는 척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으니 시진핑 주석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트럼프가 남태평양에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중국을 ‘하나의 중국’ 카드로 압박하자 중국은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며 정책 혼선을 보였듯이 중국은 기후변화정책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트럼프의 치고 빠지는 전략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탓에 생기는 생산성 하락과 질병으로 생기는 의료비 증가를 반영해 실제 석탄값을 계산하는 게 탄소배출권 제도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의 환경자본 파괴 가치를 계산하고 이를 화석에너지 가격에 반영해 공해가 없는 비(非)화석에너지 체제를 가능케 한다. 친환경 사업에 투자되는 기후채권은 풍력발전의 지구온난화 방지 영향을 계산해 석탄발전보다 저렴한 자본과 금융을 공급한다. 월드뱅크는 배당금으로 수익 대신 탄소배출권을 주는 산림파괴방지 기후채권을 발행했고 유럽과 미국 금융권은 올해 2000억달러 규모로 발행되는 기후채권 시장에서 혈투 중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생긴 기후금융은 기후채권과 배출권거래제를 이용해 환경, 에너지, 금융의 상호 역학을 계산해 연결시킨다. 기후금융의 두 축이 에너지와 금융이다 보니 국가 간의 패권 다툼으로 확대돼 교토의정서와 파리기후변화협정이 등장했고 미·중 양국이 충돌하는 것이다.

한국은 기후변화와 배출권거래제를 환경문제로 접근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이슈는 단순한 환경보호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정치경제 패권다툼의 주요한 현상이다. 이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