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판매장 철거 전과 후 > 개 판매장을 철거한 뒤 깨끗해진 모란시장(오른쪽). 왼쪽은 철거 전 사진으로 철창 안에는 팔기 위해 내놓은 개들이 보인다. 모란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개 도축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 개 판매장 철거 전과 후 > 개 판매장을 철거한 뒤 깨끗해진 모란시장(오른쪽). 왼쪽은 철거 전 사진으로 철창 안에는 팔기 위해 내놓은 개들이 보인다. 모란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개 도축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 모란시장은 ‘개고기 판매’로 유명했다. 개 판매장이 즐비했고, 상인들은 현장에서 도축된 개들을 길가에 내놓고 팔았다. 동물 배설물로 인한 악취도 심했다. 지난달 말 개 판매장이 일제히 철거되면서 50년간 개고기를 팔아온 모란시장의 모습이 달라졌다. 16일 방문한 모란시장의 거리는 정리돼 있었고, 악취도 없었다. 모란시장 개고기 판매업자 상당수가 성남시와의 합의에 따라 개 도축을 전면 중단했다. 성남시는 상인들의 업종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성남시의 숙원사업

모란시장의 개 도살 판매장을 철거하는 것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숙원사업이었다. 이 시장은 작년 7월 부시장 주관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모란시장 재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성남시는 도심에서 개를 도축하는 것이 도시 경관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모란시장은 원래 성남시 외곽이었다. 하지만 도심이 확대되면서 중심부에 속하게 됐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건설되자 모란시장 앞을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이 급증했다. 모란시장 근처에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659가구의 영구임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개시장이 왕복 6차선 도로변에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도 생겼다. 모란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성남시는 작년 12월 22명의 개고기 판매업자 중 15명과 도축 중단에 합의했고, 지난달 27일 철거를 추진했다.

◆일부 상인들 반대 농성 중

일부 상인은 “성남시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농성 중이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개고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직접 판매장에서 개를 골라 도축해온 모란시장 고유의 시스템 때문이다.

철거에 반대하는 상인 정택상 씨는 “모란시장은 직접 개를 고르는 것이 장점이었는데 개 시설을 철거하면서 이런 이점이 사라졌다”며 “상점을 큰길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더라도 도축할 수 있게 해줘야지 무조건 철거 압력을 넣으면 모든 법적 수단을 사용해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이들에게 3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하지만 신승철 모란시장 축산연대회장은 “개고기가 불법도 아닌데 우리가 왜 숨어서 도축해야 하느냐”며 “도축 장비를 모란시장에서 철거해야 한다면 개고기 상점을 다른 곳으로 수평이동시켜 달라”고 성남시에 요구하고 있다.

성남시는 “관련자들과 협의해 개 도축을 전면 중단하도록 하겠다”면서도 현행법상 개 도축을 막을 방법이 없어 고심 중이다. 모란시장에서 전남건강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제 모란시장도 바뀔 때가 온 것 같다”며 “일부 상인이 반대하고 있지만 변화에서 오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