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남의 고통 생각할 때 내 괴로움 사라진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82)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86)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시련을 겪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를 떠나 50년 넘게 망명생활을 하고 있고, 투투 대주교는 인종 차별이라는 폭력에 맞서 정의와 화해를 위해 일생을 바치고 있다. 고난과 억압, 투쟁의 역사를 거쳐왔음에도 두 지도자의 표정이 아이처럼 해맑다는 점도 닮았다.

2015년 4월, 달라이 라마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두 사람이 인도 다람살라에서 1주일간 만났다. 80세가 넘은 둘의 건강 문제와 만남을 가로막는 국제 정세 때문에 어렵사리 성사된 자리였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시간을 함께한 두 지도자의 화두는 ‘슬픔과 고통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어떻게 기쁨을 찾을 것인가’였다. 오랜 기간 투투 대주교와 함께 일한 작가 더글러스 에이브람스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엮어 《JOY 기쁨의 발견》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일상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화와 분노, 슬픔과 고통은 다양하다. 아침 출근길 교통 체증부터 상사의 부당한 지시,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등 일상의 괴로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기쁨을 찾을 수 있을까.

달라이 라마는 “감정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관점을 바꾸는 것은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재규정했다. 자신이 수많은 영적 수행자와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망명자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개인적으로 지난 50여년간의 망명생활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고 생각한다”며 “슬프거나 우울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투투 대주교는 “나 혼자만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며,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고통을 줄이는 비결이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란 말은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보통은 내 고통을 해결해야 남의 고통에도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달라이 라마는 “다른 이들 역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래서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고통은 줄어든다”며 “불교도든 무슬림이든 모두가 유대를 맺고 있다는 인식은 공감과 연민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투투 대주교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고통만 바라보지 않고, ‘신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제한된 정체성과 이기심을 초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차가 막히는 날이면 화를 내는 대신 다른 운전자들도 각자의 걱정과 두려움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어떤 운전자의 아내가 췌장암에 걸려 급히 이동해야 하는 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님, 부디 저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 필요한 것을 내려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순간, 분노는 사그라든다고 말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