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일반인들이 역사라는 단어를 들을 때 고대 문명을 떠올린다. 학계에선 이미 낡은 용어가 된 ‘4대 문명’이라는 표현을 통해 과거를 바라보는 이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소위 4대 문명에 대한 정보는 피상적이다. 한국에서 근대 역사학이 이식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세계사의 첫 시작은 한국 학계에선 ‘공백 지대’다. <이집트에서 중국까지: 고대문명 연구의 다양한 궤적>은 고대 이집트와 근동, 고대 인도와 중국 전문가들이 쓴 해당 지역 연구사 서적이다. ‘세계 고대문명 연구를 향한 전초기지’를 자처하면서 2020년 설립된 단국대 고대문명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모은 출판물이다. 현대인에겐 암호와도 같은 이집트 성각문자와 수메르의 쐐기문자,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와 청동기에 새겨진 금문(金文)으로 쓰인 1차 사료를 해독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비전문가의 중역(重譯)을 거쳐 접하던 그저 그런 정보와는 질적으로 다른 고대 문명의 참모습을 접할 수 있다. 다만 책은 해당 지역 역사에 대한 개설이나 문화사를 기대했던 독자에겐 다소 낯선&n
오는 17일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하는 문화재청 내부망에서 공무직 2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1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5분께 조직 개편에 따른 인사 발령 문서를 게시하는 과정에서 공무직 2274명의 정보가 담긴 파일이 포함됐다. 파일에는 이름, 주소, 연락처, 최종 학력, 주민등록번호 등 10여 개 항목이 있었다. 사건은 담당자 실수로 파일이 잘못 첨부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1시간여 만에 상황을 파악하고 게시물을 내렸다. 내부망은 문화재청 직원만 이용할 수 있다. 공무원 인증을 거쳐야 한다. 문화재청은 담당과 명의로 사과문을 올려 “직원 여러분께 심려 끼쳐 사과드린다. 개인정보 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피해 여부는 확인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영화가 시작되면 상체를 탈의한 남성 모델들이 북적거리는 오디션 대기실이다. 인터뷰어는 남자 모델에게 부모님이 모델이 된다고 했을 때 찬성했느냐고 묻는다. “여자 임금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고 툭하면 작업 거는 게이들을 상대해야 하는데도?” 인터뷰어는 모델들에게 짓궂게 ‘발렌시아가 표정’과 ‘H&M 표정’을 지어 보이라고 하는데 이는 <슬픔의 삼각형>의 풍자적인 분위기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더 스퀘어>에 이어 <슬픔의 삼각형>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두 작품 모두 백인 선진국의 위선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이전까지 칸 영화제의 총애를 받는다고 자자하던 것은 다르덴 형제 감독이었다.주로 유럽의 난민이나 빈곤과 같은 문제에 대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연출하던 감독들이다. 칸 영화제의 경향이 옮겨간 것일까? 황금종려상을 연달아 수상한 것을 보면, 날카로운 풍자로 심사위원들을 뜨끔하게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슬픔의 삼각형>에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대놓고 3막으로 구성된 사회 실험을 한다. 1부의 무대는 유럽의 일상적인 도시다. 모델 커플인 칼과 야야는 젠더 이슈로 첨예하게 다툰다. 모델 업계는 드물게도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이 적고 대우도 받는 업계이다. 수입이 더 좋은 쪽은 여성인 야야이지만 두 사람은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인 데이트 역할 모델에 사로잡혀 있다.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는 야야에게 칼은 공평하지 않다며 지질하게 따진다. 남녀 간의 사랑에 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2부의 무대는 바다 위를 항해 중인 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