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줄기세포로 손상된 장기 치료 길 열렸다
타인의 체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로 장기를 만들어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 약 40%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iPS세포는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고도 심장 간 등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꿈의 줄기세포’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는 iPS세포의 상용화가 수년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용 낮추고 배양시간도 단축

타인 줄기세포로 손상된 장기 치료 길 열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송지환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면역형 10종으로 iPS세포를 만들었다. 한국인의 41.2%가 별다른 면역거부반응 없이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는 iPS세포다. 세계 최초로 iPS세포를 만든 일본보다도 앞선 것이다.

iPS세포는 체세포로부터 직접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세포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배아줄기세포나 국내에 이미 치료제로 출시된 성체줄기세포와는 다르다.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난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고 성체줄기세포보다 분화 능력이 뛰어나다.

iPS세포를 환자의 체세포로 만들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확률도 낮다. 하지만 환자에게서 뽑은 체세포를 iPS세포로 배양하고 이식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2014년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시술을 했는데 5000만엔(약 6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고 시간도 10개월이나 걸렸다.

송 교수가 만든 iPS세포를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여러 면역형의 iPS를 배양해 여러 세포로 분화시킨 뒤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개개인에게 맞는 면역형의 iPS세포를 찾아 시술받으면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2~3년 안에 환자에게 iPS세포를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에도 활용

iPS세포는 신약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2일 가메이 겐이치로 교토대 교수는 iPS세포로 심장 간 등의 장기 세포를 배양해 몸속과 같은 환경을 재현했다. 특정한 약물을 투여했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구 성과로 iPS세포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 교수는 “iPS세포를 신약 개발에 활용해 여러 사람에게 독성이 있는지 실험하려면 다양한 면역형의 iPS세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10년간 2800억원 투자

iPS세포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일본 정부는 관련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2013년부터 10년간 매년 27억엔(약 28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연구 속도도 빠르다. 이화학연구소는 올 상반기에 실명 원인질환 중 하나인 노인성황반변성(AMD) 환자에게 타인의 iPS세포로 만든 망막세포를 주입하는 수술을 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의 연구 환경은 녹록지 않다. 송 교수는 “일본 연구자들은 임상연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을 받지만 한국은 관련 규정이나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iPS세포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공익적 사업인 만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피부 등의 체세포에 특정 인자를 주입해 만든 세포. 다양한 조직이나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고 무한대로 증식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iPS 세포를 만든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