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메르스 책임, 고스란히 떠안은 삼성서울병원
“포털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언비어가 무분별하게 떠돌고 있습니다. ‘OO병원 가지 마세요’ ‘OO지역에 메르스 확진자들이 나왔는데 굉장히 전염이 잘 된다’ 등의 내용은 전혀 사실과 관계없습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난 2015년 5월30일 보건복지부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당시 복지부가 유언비어라고 한 것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SNS에 떠돌던 의료기관 명단은 메르스 환자 확산 경로가 됐다. 복지부는 전파력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했지만 국내에서만 186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당시 보건당국은 메르스 전파 범위도 넓지 않다고 판단했다. 환자와 직접 접촉한 입원 환자, 의료진 등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격리 조치했다. 복지부의 태도는 사흘 뒤인 6월2일 크게 바뀌었다. 메르스 격리 대상이 아닌 환자 가운데서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제야 부랴부랴 국무총리 주재 긴급장관회의가 열렸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메르스 격리 대상도 대폭 확대됐다.

같은 시기 삼성서울병원에는 열네 번째 메르스 환자가 방문했다. 복지부가 ‘유언비어’ 자료를 배포했던 5월30일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밀접접촉자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수차례 추가 명단을 받아 6월2일에야 최종 명단을 작성했다. 수개월 뒤 감사원은 메르스 늑장 대응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이를 통해 “678명의 명단을 작성하고도 117명 명단만 제출한 삼성서울병원이 역학조사 업무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은 “대책본부와 상의해 명단이 만들어지는 대로 순차적으로 제출했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부는 1일 삼성서울병원이 열네 번째 메르스 환자 접촉자의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복지부 장관의 지도·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환자 불편을 감안해 806만2500원의 과징금으로 갈음했다. 감염병 예방법을 내세워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손실로 인한 보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까지 놨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 의료진은 “대책본부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지만 결국 책임은 병원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르스 사건 당시 안일한 판단을 한 보건당국의 태도를 고려하면 이들의 항변에 설득력이 없지도 않다. 논란이 있던 시기는 복지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던 때다.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