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특검 사무실에 나와 “이번 일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순실 씨 측에 대한 삼성의 지원 사실을 사전에 알았거나 지시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이 부회장이 특검에서 피의자로 조사받은 것은 9년 만이다. 그는 2008년 2월28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 특검팀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정부에서 압력을 넣고 삼성이 그 대가로 최씨 측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 부회장의 국회 위증 혐의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으며 횡령·배임 혐의 적용 여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수사를 좀 더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삼성 외 다른 대기업 수사도 검토 중”이라고 말해 특검 수사가 SK와 롯데그룹 등으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