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조선'이 먹여살린 현대중공업
조선업 장기불황으로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비(非)조선분야의 선방에 힘입어 지난해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이후 첫 흑자다. 삼성중공업이 2년 연속, 대우조선이 4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해양 분야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났고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사업부문이 부진한 조선부문의 실적을 메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실적 개선에는 오는 4월 분사를 앞둔 비조선분야의 기여가 컸다. 지난해 1~11월 조선부문 수주는 21억달러로 전년(58억달러) 대비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기전자부문 수주는 16억달러, 건설장비부문은 15억달러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이익률도 조선이 4.7%, 해양이 -3.3%인 반면 전기전자는 7.8%, 건설장비는 6.6%로 높았다.

'비조선'이 먹여살린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변압기, 차단기, 배전기기 등 전력기기 제조시장에서 LS산전, 효성과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관련 매출(전기전자부문)은 2조5100억원(2015년 기준)으로 효성의 중공업부문(2조4900억원), LS산전의 전력부문(1조4800억원)을 앞선다.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휠로더 등 건설장비부문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와 함께 ‘빅3’로 꼽힌다. 국내 굴삭기시장 점유율은 두산인프라코어가 40%대로 1위이고 볼보와 현대중공업이 각각 20%대로 2, 3위다. 수출 물량을 합친 생산량은 3사 모두 30%대의 고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내 비조선사업부는 과거에 비해 임금이 낮고 선호도 역시 떨어지는 부서였지만 최근 반대 상황이 됐다”며 “분사가 완료되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조선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조선 수주는 작년 수주 목표(58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조선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