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화장품 사랑…내년 자체 브랜드 '도전'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내년 초 새 화장품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를 직접 기획, 생산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글로벌 1위 색조화장품 제조업체인 이탈리아 인터코스와 세운 합작법인이 경기 오산에 공장을 완공하는 대로 제품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12월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선보이는 등 정 사장이 화장품사업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집숍 시코르 12월 개점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패션사업을 이끌어온 정 사장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014년에는 바이레도와 라 페르바를, 지난해엔 산타 마리아 노벨라를 잇달아 인수했다. 올해 1월엔 계열사로 있던 비디비치코스메틱을 흡수합병했다. 적자를 내는 브랜드를 직접 챙겨 흑자로 돌리겠다는 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올해 5월엔 인터코스와 50 대 50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가 오산에 화장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1500t으로 화장품 5000만개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 사장은 이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1월 말께 새 브랜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새 화장품 브랜드명은 정해지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은 또 12월 개점하는 동대구점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연다. 신세계 화장품 브랜드의 주요 유통망이 될 채널로, 각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면서 소비자 수요를 조사하고 향후 전략 등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할 것”

신세계는 오산에 화장품 공장뿐 아니라 연구개발(R&D)센터도 짓고 있다. 인터코스의 기술력을 토대로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인터코스는 샤넬 랑콤 디오르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색조화장품 생산을 도맡아 하고 있다. 오산 공장에서 세계 유명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을 맡으면 자체 브랜드 기획력도 올라갈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4월 방한한 다리오 페라리 인터코스 회장은 “아시아시장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35%에 달했다”며 “비싸더라도 독창적이고 품질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화장품에 대한 애정은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꾸준히 패션사업을 확장해온 것도 패션·뷰티사업 자신감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성장성이 높은 화장품사업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회사의 성장 발판을 다지는 데 중요하다는 얘기를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편집숍 시코르와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본격적으로 화장품사업을 벌일 계획”이라며 “경쟁력 있는 자체 브랜드가 있어야 이익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