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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아이] 'Big'보다 'New'가 돋보인 촛불집회

입력 2016-11-28 10:25:25 | 수정 2016-11-29 09: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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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 모습. / KOPA 사진공동취재단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 모습. / KOPA 사진공동취재단


[ 김봉구 기자 ] ‘not Big but New’. 지난 2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취재하면서 느낀 감상은 이 한 마디로 집약된다.

눈비가 뒤섞인 날씨는 악재가 될 것 같았다. 5번째에 접어든 대규모 집회에 피로감이 들 법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광장으로 나왔다. 주최측은 참가인원을 150만명으로 추산했다. 또 한 번 100만명을 훌쩍 넘긴 것이다. 이날 집회까지 연인원 400만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많다, 정말 많다. 거리에 서 본 사람이라면 체감할 수 있다. 광화문부터 청계천을 거쳐 시청 앞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들어찼다. 규모 자체가 주는 묵직한 존재감이 있다. 다만 그게 다는 아니다. 내용적으로도 분명히 무엇인가 달라지고 있었다.

평생 한 번도 시위에 나간 적 없던 사람들이 매주 출첵(출석체크)하듯 광장에 섰다.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들고 셀카(셀프카메라) 인증샷을 찍는 집회가 되었다.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매번 평화시위에 뜻을 모았다. “모두가 함께 한다”는 확신 없이 이들이 거리로 나올 수 있었을까.

폭력·비폭력 프레임에 대한 가치판단은 논외로 하자. 고도의 집단절제가 집회 현장의 속살을 변화시켰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양의 증가(Big)가 질적 변화(New)를 추동하는 이 모습을 개념어로 표현하면 ‘양질전화의 법칙’이 된다.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 모습. / 최혁 기자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 모습. / 최혁 기자


촛불 군중의 속성은 빅데이터와 닮았다. 참가자들은 ‘꾼’이 아니다. 조직화된 군중도 아니다. 다양성은 집회 현장 곳곳에서 나부끼는 이색 깃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희곡낭독회’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장수풍뎅이연구회’, 심지어 ‘전국 한시적 무성욕자연합’도 보였다.

이들을 단일한 대중으로 묶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열린 공간 안에서 이들은 제각각이었다. 혹자는 세월호 참사를, 혹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저마다의 목소리로 열심히 얘기하고 있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세대 구분도 없었다. 정말 무작위로 많이도 쏟아져 나왔다 싶었다.

배경과 동기는 다양하되 확실한 공감대와 교집합이 있었다. 이들 대다수는 일상의 사소한 부조리를 용인해 왔다. 한데 믿고 있던 최소한의 룰(법칙)이 깨졌다. “정말 이건 아니다, 뭔가 해야겠다”는 공통된 마음이 해시태그처럼 여러 층위의 사람들을 한 공간으로 불러냈다.

빅데이터가 그렇다. 날것의 방대한 로(raw)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낸다. 확장된 모집단 규모(Big)가 전제돼야 하지만 사회적 맥락에 대한 적절한 분석(New)이 뒤따라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다. 단순한 촛불 숫자가 아닌 그 안에서의 양태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새삼 묻는다. 사람들은 왜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드는가.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외치는 한편으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답한다. 매우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자원동원이론 관점에서 보면 촛불집회는 사회 해체가 아닌 사회 조직의 산물인 동시에 제도화된 행동의 확장이다. 주류 이론과 달리 축적된 사회적 불만의 양(내용)보다는 자원동원 가능성(형식)을 사회운동의 핵심요인으로 풀이한다.

이같은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문제의 차원은 또 달라진다. 수차례 100만명 넘는 자원이 동원되면서 광장에서의 직접행동에 대한 진입장벽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집합행동을 비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 사람들 앞에 선 한국사회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게 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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