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에 이재용 경영 입지 흔들리나
[ 이진욱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에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된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 최지성 부회장의 사무실을 포함해 삼성 미래전략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달 들어 세 번째 압수수색이다. 삼성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지원을 놓고 제3자 뇌물수수혐의 적용을 위한 마지막 확인 작업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날 국민연금공단도 함께 압수수색이 이뤄진 만큼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 배경에 대한 삼성과 청와대의 유착 여부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결정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 압력은 없었는지, 삼성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했는지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의심하는 부분은 최씨가 박 대통령을 통해 외압을 행사했고, 삼성이 이에 대한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35억원을 지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서 합병 결정 전 이 부회장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만나 합병 추진배경에 대해 논의한 점,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위원에게 전화해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한 점들이 의혹의 배경으로 제기되고 있다.

만약 삼성의 합병 관련 의혹이 범죄 사실로 입증될 경우 이 부회장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국민 노후 자금으로 만든 국민연금이 최순실과 삼성을 위해 이용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혹여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면 경영활동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실제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특검수사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삼성전자 등 등기임원도 사임한 바 있다.

삼성에서는 '최순실 국조특위'의 청문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12월 중순까지 네 차례 청문회와 두 차례의 기관보고 일정이 잡혔고, 이 기간 출석하는 기관증인과 일반증인, 참고인이 방대해 어떤 증언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21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정·재계 관련 인사가 대거 포함된 증인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물론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 이승철 상근부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최태원 SK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김승현 한화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9개 그룹 총수가 법정에 선다.

지난달 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뉴삼성 시대를 연 이 부회장이 브랜드 신뢰도 회복 등 수많은 과제는 일단 차치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