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독일 반도체장비 회사 아익스트론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독일 정부가 지난달 안보 문제로 아익스트론 인수 승인을 철회한 데 이어 제품 주요 판매처인 미국에서도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관련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익스트론은 지난 18일 미 재무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의 아익스트론 인수 계획을 “미국의 국가 안보상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반대했다고 밝혔다. 중국 FGC는 독일 법인 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를 이용해 6억7000만유로(약 8380억원)에 아익스트론을 살 예정이었다.

아익스트론은 CFIUS가 아익스트론과 FGC 양측에 지분 매각 및 인수 절차를 전면 중단하도록 권고했으며, 미국 대통령에게도 이 절차를 막아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아익스트론 측은 “이 거래를 허용할 것인지, 막을 것인지 15일 내로 결정해달라”고 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미국은 아익스트론 제품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지난달 “미 정치인은 중국이 아익스트론 설비를 핵 프로그램을 위한 반도체칩 생산에 쓸 수 있다며 불안해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가 승인을 갑작스레 철회한 배경에도 미국의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16일 의회에 제출한 연차 보고서에서 “중국이 안보 목적으로 국유기업을 이용한다”며 “관련법을 개정해 중국 국유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거나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