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환 사장이 올해 선보인 헤링본 디자인 마루바닥재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조문환 사장이 올해 선보인 헤링본 디자인 마루바닥재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기 광주시 도척면에 있는 마루바닥재 업체 구정마루의 조문환 사장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간다. 서울 강남역과 홍대 부근은 물론 새로운 ‘젊은이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성수동의 빈티지카페도 방문한다. 젊은이들의 인테리어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2년 연속 매출 20% 늘어난 구정마루 성장 비결은
구정마루가 올해 내놓은 신제품 바닥재와 벽재는 20여종에 이른다. 빈티지풍 마루와 헤링본(청어뼈 스타일의 디자인), 프로방스풍 디자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구정마루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온돌 마루의 단조로운 ‘일자(一字)’ 디자인 제품만 출시했으나 대담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조 사장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난해 2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도 700억원에 달해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년 연속 매출 20% 늘어난 구정마루 성장 비결은
디자인은 조 사장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충분히 수용한다. 특히 여직원들의 섬세한 디자인 감각을 높이 평가한다. 디자인실뿐 아니라 영업개발부, 관리부, 생산부 등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제품에 반영한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업무가 세분화돼 디자인은 디자인실 고유의 업무로 여겨지지만 구정마루는 다르다.

조 사장은 모든 직원과 소통 창구를 열었다. 디자인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한다. 직원들의 의견을 샘플로 만들고 품평회를 거쳐 제품화한다. 이 회사의 혁신적 디자인을 동종업계가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자주 있을 정도다.

1994년 조 사장이 창업한 구정마루는 타워팰리스 등 국내 대표적인 고급 주상복합건물의 마룻바닥을 시공해왔다. 오랫동안 온돌마루를 정교하게 시공하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젊은이들의 취향이 빠르게 변하고 마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자 혁신적 디자인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헤링본이라는 서구적 형태의 제품을 과감하게 개발하고 마케팅 중심도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바꿨다.

영업에서도 변신이 이뤄졌다. 조 사장은 “5년 전까지만 해도 건설사 납품 비중이 90%에 달했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기간 대리점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건설사 납품은 매출 증대 효과가 크지만 마진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대리점은 개별 주택 개보수를 맡는 인테리어업체를 공략하는데 이 시장이 부쩍 커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조 사장은 광주 공장 안에 두 가지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종합전시공간과 문화공간이다. 전시공간은 대리점이나 소비자가 구정마루 제품을 한눈에 보고 싶어 하는 점을 감안해 조성 중이다.

문화공간은 문화강좌 음악공연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회사가 있는 광주시 도척면은 문화시설이 별로 없어 근로자들이 공장 안에서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 사장은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혁신을 이뤄가는 회사”라며 “앞으로도 시험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속속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nhk@hankyung.com 중소기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