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글로벌 기업 채용박람회장. 중국건설은행 서울지점 부스에는 사전 면접신청자들이 두 줄로 대기 중이었다. 이수아 중국건설은행 인사총무부 사원은 지원자에게 “중국어는 어떻게 배웠나요? 중국어로 자기소개를 한번 해 보실래요?”라고 묻고 있었다. 이씨는 이날 하루 동안 70여명을 면접했다.

올해로 5회째인 서울 글로벌 기업 채용박람회에선 특히 중국 은행들의 인기가 높았다. 중국의 4대 국영 사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은행이 모두 참여하고 민간 상업은행인 중국광대은행도 나왔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다는 김모씨(26)는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어 월차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중국 국책은행들은 대부분 중국어 능력을 요구한다. 유경호 중국건설은행 기업금융부 차장은 “기업금융부는 기업·시장 분석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 실력이 요구된다”며 “중국인이라면 한국어로, 한국인이라면 중국어로 보고서를 작성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중국은행 차장은 “중국어가 입사를 위한 필수는 아니지만 임직원 대다수가 중국인이기에 중국어를 못하면 직장생활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채용전형은 두세 차례의 면접과 중국어 능력 테스트를 하는 기업이 많다. 중국건설은행 관계자는 “면접자 가운데 실무면접 대상자를 선발해 부서장 면접과 중국어 번역시험, 그리고 임원면접을 통해 뽑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건설은행은 운영부, 인사총무, 기업금융부의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 관계자는 “면접 때는 중국어와 한국어, 영어와 중국어 등 두 개 언어에 대한 능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행은 금융기구, 국제결산, 기업금융, 영업점 근무자를 채용하고 있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필기시험→1, 2차 면접으로 나뉜다. 필기에선 금융·시사 관련 문제들이 영어·중국어 두 개 언어로 출제될 예정이다. 중국공상은행은 총무부 인사·행정분야 직원을 모집 중이다. 신입사원은 3개월의 인턴십을 거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중국농업은행은 리스크관리 경력자 1명을 모집 중이다.

중국 은행들은 대규모 공채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부족한 인원을 보충하는 선에서 채용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용 규모는 분야별로 신입·경력 1~2명에 불과하다. 신입사원 채용보다는 경력직 중심의 채용이 많다. 임금은 연봉제로,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3000만~4000만원(성과급 제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