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004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첫 무죄 판결을 내린 뒤 전국 6개 재판부의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진 적은 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영식)는 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의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씨에 대해서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징역 1년6개월씩을 선고받은 B씨 등 2명은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결했다. 김 부장판사는 “세계적인 추세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고 국가는 소수자의 권리 주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국가가 대체복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입영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사법부가 그동안 타협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두 차례 합헌 결정(2004년, 2011년)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관행처럼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1년6개월 이상의 실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40건가량의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이다. 지난해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헌법소원을 내 세 번째 헌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