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배당 매력 커지고 안정적 실적 예고…미국발 금리 상승 기대감도
올초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 이자 미지급 우려로 글로벌 금융주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친 도이치뱅크가 이번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주택모기지담보증권(RMBS) 불완전 판매 건으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140억달러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실제 벌금 납부액은 도이치뱅크가 미리 적립한 소송준비금 62억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기에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우려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도이치뱅크를 시작으로 유럽 은행들의 벌금 이슈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파생시장 축소 및 마이너스 금리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자본 확충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은행으로 리스크가 확산되면 유럽 은행권의 유동성 축소와 유럽계 자금 회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주에 대한 우려는 국내 은행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양호한 수준이고, 수급 논리 외에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유럽 은행권 이슈가 국내 은행 경영 환경에 큰 문제가 될 소지는 적다고 판단한다.

금융당국이 대손준비금 중 일부를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연내 앞당겨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예상손실률 기준의 충당금을 웃도는 대손준비금이 보통주자본으로 인정되면 은행들은 평균 70~80bp(1bp=0.01%포인트) 정도 자본비율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은행주의 배당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은행 평균 예상 배당수익률은 약 3.5%이고,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6배에 불과하다. 은행주 투자가 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국내 은행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추정치)인 2조3000억원을 넘어선 2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까지 이어지던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NIM이 추가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우려가 컸지만 은행들의 2분기 대손충당금 규모는 직전 분기와 큰 차이가 없는 1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대기업 관련 신규 부실 규모도 매우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대손충당금은 2분기보다 적은 1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적정 대출성장률과 NIM 유지, 대손충당금 하향 안정화 등으로 은행 실적은 3분기에도 편안한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주 주가는 저점이던 2월 말보다 약 17.3%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6.6%)을 크게 초과한 수준이다. 은행주는 4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과 배당,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금리 상승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4분기 은행 최선호주로는 KB금융과 우리은행을 제시한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데다 KB손해보험 잔여 지분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가 커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3분기 순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5100억원을 기록해 은행 중 가장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에도 현대증권 잔여 지분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이 반영되면서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순이익만 2조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른 은행보다 주가 상승폭이 컸지만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와의 PBR 격차가 상당해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과점주주 매각이 성공하면 새 주주들이 경영 비효율성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 인해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이 커질 것이다. 예비입찰이 흥행했지만 중요한 것은 입찰자 수가 아니라 입찰 참여자의 진정성과 가격이다. 분명한 것은 과거보다는 매각 여건이나 내용이 상당히 양호하다. 매각 성공 가능성에 너무 흥분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도 없다. 과점주주 매각이 잘 진행되면 다른 은행보다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높은 것으로 본다. 공적자금위원회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너무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성공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판단된다.

최정욱 < 대신증권 기업분석부장 cuchoi@daish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