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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도이치뱅크 리스크] "유럽의 리먼 될라"…헤지펀드, 도이치뱅크서 돈 빼고 거래 축소

입력 2016-09-30 18:19:32 | 수정 2016-09-30 22:10:50 | 지면정보 2016-10-01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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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조짐에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

투자은행 변신하며 파생상품 계약 늘린 게 '독'
"유동자산 2007년의 3.4배…위험 과장" 반론도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뱅크에서 일부 헤지펀드가 자금을 인출하고 거래관계를 축소하자 “리먼브러더스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있지만 시장의 공포는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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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리먼사태’ 우려

헤지펀드 10곳이 도이치뱅크에서 자금을 인출하면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줄이는 현상이 그런 불안감을 말해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곤욕을 치렀다는 미국 월가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모두가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라며 “리먼 사태는 (이런 시기에) 거래를 유지했을 때 좋은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다”고 전했다.

도이치뱅크가 직면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가뜩이나 자본비율이 낮은데 미국 법무부에 최대 140억달러의 벌금까지 내야 한다. 자산 중 파생상품 비중이 높아 외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갑작스레 부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주가 하락은 나쁜 신호지만 은행을 붕괴시키지는 않는다. 은행을 죽이는 것은 자본비율이 아니라 유동성 위기다. 시장이 헤지펀드 인출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유동성 위기를 걱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먼사태 때처럼 자금 인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들면 아무리 큰 은행이라도 준비해 놓은 현금과 유동자산이 순식간에 바닥날 수 있다. 투자회사 서스크한나의 잭 미센코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위험 과장됐다는 시각도

리먼과 도이치뱅크를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28일 “도이치뱅크가 독일 정부의 개입을 전적으로 필요로 하는 상황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베카 패터슨 베세머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도이치뱅크는 제2의 리먼이 아니고, 2011년 그리스 사태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 위기하고도 같은 상황이 아니다”며 “그 뒤로 부실자산 정리가 상당히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도 29일 도이치뱅크의 재무상황이 안정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며 도이치뱅크를 지원사격했다. 지난 2분기 도이치뱅크의 유동성 자산 규모가 전체 순자산의 20%에 달하는 2230억유로라며 이는 2007년(650억유로)의 3.4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개인 대상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이 57%고, 채권 발행액(15%)까지 포함하면 전체 자금 중 72%가 변동성이 낮은 편이어서 도이치뱅크가 위기에 버틸 능력이 있다는 평가다.

◆무리한 투자은행 변신

146년 역사의 도이치뱅크는 독일(서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덩치를 키워온 상업은행이었다. 1990년대부터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예대마진을 얻는 상업은행(CB)에서 채권 발행과 파생상품 계약 등 수수료 수입 비중이 높은 미국식 투자은행(IB)으로 탈바꿈하려 했다. 미국계 IB 인력을 대거 끌어들였다.

10여년간 도이치뱅크 수익은 크게 늘었다. 주가도 폭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도이치뱅크는 체질 변화 덕을 톡톡히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버텼다. 역설적이게도 금융위기 때 잘 버텼기 때문에 전략을 바꾸지 않았고, 미국 은행들보다 훨씬 많은 파생상품 계약을 유지했다. 이런 전략이 부메랑이 됐다는 게 도이치뱅크 안팎의 평가다.

도이치뱅크 사태는 미국 정부와 벌금 규모 협상이 완료돼 자본 부족 여부가 확실해지고 독일 정부가 구제금융 등을 결정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감독당국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극단적 상황에서는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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