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울산 넥슬렌 공장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SK종합화학 제공
SK 울산 넥슬렌 공장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SK종합화학 제공
SK가 독자 개발한 고부가 폴리에틸렌(플라스틱의 일종, 브랜드명 넥슬렌)이 12년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 제품 개발 7년, 공장 건설 4년을 거쳐 지난해 10월 가동한 SK종합화학의 울산 넥슬렌 공장이 올 5월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넥슬렌은 범용 제품보다 가격이 50~60% 비싼데도 글로벌 수요가 연 6% 이상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SK는 합작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기업 사빅과 함께 사우디에 2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 독자개발 '넥슬렌' 58개국서 러브콜
공장에서 만난 김길래 넥슬렌 울산 공장 대표는 “이 분야 세계 1위인 미국 다우케미칼은 이미 사우디에 70만t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며 “그만큼 향후 수요에 자신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넥슬렌은 t당 2000달러 이상으로 범용 폴리에틸렌(t당 1300달러)보다 50~60% 비싼데도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덧붙였다.

넥슬렌은 충격에 강하고 고무처럼 통통 튀는 성질을 갖고 있다. 고가의 차량용 범퍼나 내장재, 해저 케이블, 고급 포장재, 고가 신발의 밑창 등에 쓰인다. 고급 폴리에틸렌은 미국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 일본 미쓰이 등 ‘빅3’가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이 중 다우케미칼이 최상급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K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다우케미칼 수준의 최고급 제품을 목표로 잡았다. 중국과 중동의 석유화학 공장 신·증설로 범용 제품은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전략에서다. SK는 이를 위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제품 촉매와 공정, 생산 전 과정을 독자 개발했다. 2004년 시작된 개발 작업이 2011년에야 끝날 만큼 길어진 이유다.

판매망 확보는 더 힘들었다. 국내에서와 달리 세계 석유화학 시장에선 SK의 존재감이 약했다. 제품 수요 조사 겸 마케팅을 위해 해외 바이어에게 미팅을 요청해도 “나중에 보자”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어렵게 미팅을 잡더라도 채 20분도 안돼 상대방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때가 많았다.

활로를 찾던 SK는 사우디 사빅에 눈을 돌렸다. 사빅은 석유화학 기본 원료인 에틸렌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2위의 석유화학 기업이다. 산유국인 사우디에서 곧바로 원유를 값싸게 도입하는 덕분에 에틸렌 생산단가가 싼 데다 글로벌 판매망도 갖췄다. 반면 고부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은 떨어진다. 사빅도 고부가 시장을 잡기 위해 기술력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0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무함마드 알마디 당시 사빅 부회장을 만나 합작을 제안했다. 이후 두 회사는 50 대 50으로 7100억원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10월 제1공장인 울산 넥슬렌 공장을 가동했다.

넥슬렌은 세계 58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100%다. 최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도 공장 가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울산 넥슬렌 공장은 강도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울산=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