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유통업체 모다아울렛의 ‘400만건 고객 정보 해킹’ 사건을 계기로 이 회사 소유주인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시작해 ‘M&A업계 고수’로 꼽히는 그는 2010년 모다아울렛을 인수한 이후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13일 모다아울렛과 경찰에 따르면 해커 일당은 해외 인터넷주소(IP)를 수 차례 경유해 모다아울렛의 최근 5년치 고객 카드정보 400만건을 해킹했다. 해커는 지난 8일 새벽 4시께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5시간 가량 서버에 접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악재로 모다아울렛의 사세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다아울렛은 최근 1년 새 원주점, 인천점 등 6개의 지점을 열었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경북 지역에서 사세를 확장하다가 전국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회사는 카드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고객들에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해킹 관련 수사도 받아야 한다. 고객정보 유출 규모 등이 확인되면 모다아울렛 담당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유통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던 권 회장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모다네트웍스로, 92.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다네트웍스는 지주회사이자 권 회장이 최대주주인 대명화학(옛 케이아이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모다아울렛의 실소유주는 대명화학의 최대주주인 권 회장인 셈이다.

권 회장의 또 다른 별명은 ‘은둔의 경영자’다. 2000년대 M&A로 사세를 확장한 그는 공식석상에서도 얼굴을 보기 힘들기로 유명하다. 1962년생인 그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이후 회계사 경험을 살려 2010년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을 설립했다. 2006년 필코전자, 2009년 이노칩 등을 인수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권 회장이 최대주주인 사업지주사 대명화학은 전자, 의류, 유통, 화학 분야의 자회사를 두루 거느리는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7922억원과 영업이익 756억원을 거뒀다. 모다이노칩(휴대폰부품업체), 디에이피(PCB제조) 코웰패션(의류) 등의 상장사를 포함해 13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휴대폰 부품제조, 반도체패키지 테스트 등 전자기술(IT) 부품 업체들과 함께 스포츠웨어 언더웨어 등의 의류 사업와 모다아울렛 등 유통사업이 두 축을 이룬다. 권 회장은 변화하는 소비 패턴을 읽고 푸마, 리복, 아이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사왔다. 캐쥬얼 브랜드 ‘닉스’와 여성복 브랜드 ‘머스트비’ 등을 인수하면서 종합 패션업체로의 역량을 키웠다. 모다아울렛은 이 같은 패션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종합 패션업체로 성장하던 모다아울렛이 해킹이라는 예상 외의 악재와 마주쳤다”며 “권 회장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갈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