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14차례 파업하고도…"협력업체 고사 위기"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2008년 임협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8년 만이다. 임금 인상 합의안이 2009년 기본급 동결 이후 가장 낮은 데다 현 노조를 견제하는 현장 노동조직이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노사 간 긴장 국면이 조성됨에 따라 협력업체들은 생산 차질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합원 78%가 반대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일 전체 조합원 4만9665명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임금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4만5777명(투표율 92.17%) 가운데 3만5727명(78.05%)이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은 1만28명(21.90%)에 그쳤다. 이는 역대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가장 낮은 찬성률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결 원인은 올해 노사가 잠정 합의한 기본급을 포함한 임금 인상안이 최근 몇 년 새 합의안과 비교해 낮아 조합원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현 노조 집행부에 반대하는 현장 노동조직이 부결운동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사는 24일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으로 통상임금의 350%+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회사는 협상 교착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핵심 쟁점이던 임금피크제 확대는 내년으로 양보했다. 노사는 또 미래 임금 경쟁력을 확보하고 통상임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통해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한 뒤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2·3차 협력사 고사 위기”

현대차 노사는 이번주 다시 교섭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 전 타결을 목표로 2주간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의 잠정합의안 부결로 울산지역 경제가 더욱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업으로 지역 부품업체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협 과정에서 7월19일부터 나흘 연속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여름휴가 직후부터 매주 3~4차례씩 파업하는 등 모두 14차례 파업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6만5500여대, 1조4700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회사는 추산했다. 파업으로 인한 역대 최대 규모의 생산 차질액은 총 20차례 파업을 벌인 2012년의 1조7048억원이다. 올해가 두 번째로 매출 손실이 크다. 현대차 부품사의 30%가 몰린 울산에는 1차 42개, 2차 500여개 등 총 600개가량 협력사가 있다. 이들 회사에서 4만4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울산시 북구 달천공단에서 내장재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사의 신모 사장(58)은 “또다시 파업이 계속되면 2·3차 협력업체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효문공단의 한 협력사 근로자는 “일시금으로 1000만원을 더 받는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받아야 제대로 받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국 디트로이트시 파산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현대차 노사가 빨리 임협을 타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현우/울산=하인식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