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1라운드] 박인비·김세영, 나란히 공동 2위 쾌조의 출발
한국 여자 골프 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여자골프 첫날 금메달을 향한 청신호를 켰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바하다치쥬카 올림픽 골프장(파71·6245야드)에서 열린 여자골프 1라운에서다.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역전의 여왕' 김세영(23·미래에셋)이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뽑아내는 깔끔한 경기를 펼친 끝에 5언더파 공동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인비는 경기를 마칠때까지는 단독 선두였으나 뒤에서 무섭게 추격해온 태국의 골프 영웅 에리야 쭈타누깐(6언더파)에 추월을 당하면서 한 타 차로 선두를 내줬다. 김세영도 전반 2개, 후반 3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완벽한 경기를 펼쳐 우승경쟁에 합류했다.

박인비의 경우 2~4라운드에서 뒤집기에 성공할 경우 골프 사상 첫 '골든커리어그랜드슬램'을 기록하게 된다. 골든커리어그랜드슬램은 커리어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는 경우를 말한다.

저리나 필러(미국), 아자하라 무뇨즈(스페인)와 함께 티오프를 한 박인비는 전반을 2언더파로 순항한 뒤 후반 들어 10번(파5),11번(파4),12번홀(파4)에서 3개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여 부상 우려를 깔끔하게 씻어냈다.

박인비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긴장이 됐다"면서도 "바람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샷감과 퍼팅감이 모두 좋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가락 부상에 대해서는 "이젠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뒤 "오늘 큰 문제 없이 잘쳤다"고 했다.

박인비는 "첫 올림픽 라운드를 잘 끝내 위축됐던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오늘 같은 샷감만 유지된다면 내일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고, 또 성적도 좋지 못했기 때문에 큰 기대감을 갖지 않았던 게 오히려 긴장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세영도 "샷감이 괜찮았다"며 "2라운드에서 타수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영(27·PNS창호)은 2오버파 공동 39위로 다소 부진한 경기를 펼쳤다.

이날 가장 먼저 경기를 끝낸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1언더파로 공동 18위에 이름을 올리며 무난한 출발을 했다. 버디를 5개 뽑아냈지만 보기 4개를 범해 아쉬움을 남겼다.

전인지는 "일반 투어 대회와 달리 올림픽이라 그런지 다소 긴장되는 면이 있었다"며 "오늘 경험이 남은 라운드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쭈타누간은 강력한 우승후보 답게 날카로운 샷감을 과시했다. 짧은 파4(271야드)인 16번홀에서는 두 번째 어프로치를 홀컵 30cm 옆에 붙이기도 했다.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 티샷을 즐겨 쳐온 그는 올림픽 경기에서도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다.

쭈타누깐은 전반 파3 4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해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5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뒤 그대로 선두로 내달았다. 그는 이달 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등 이번 시즌에만 4승을 올리며 상승세를 탔다.

여자골프는 1900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했다. 남자 골프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때까지 열렸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