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한시 완화 카드' 꺼냈지만…전기료 누진제 수술은 미뤄…'불씨' 여전
가정용 ‘전기료 폭탄’ 논란에도 침묵을 지키던 새누리당이 결국 ‘한시적 누진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 8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누진제 요금구조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부로선 싫지 않은 표정이다. 전기료 누진제 완화는 계층 간 이해가 엇갈리고 산업용 전기료 인상과 연결되는 ‘정치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가 선뜻 나서 결정하기 힘들다.

여당이 총대를 메고 해법을 제시한 만큼 한시적 누진제 완화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누리당 역시 과거의 낡은 누진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는 데는 반대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한시적 완화로 봉합하려는 여당

전기료를 걷는 주체인 한국전력은 지난해 초에도 가정용 누진제 요금구조 완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유가 하락과 서울 삼성동 부지 매각으로 이익이 많이 난 만큼 일부를 전기료 인하에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가 반대해 무산됐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중산층 이상 부담은 줄지만 적게 쓰는 가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반대도 작용했다. 누진제 완화가 결코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전기료 폭탄 논란이 재현되자 3개월 한시 완화로 봉합했다.

올해도 지난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똑같은 이유로 누진제 완화를 반대했지만 폭염 지속으로 여론의 불만 수위가 더 높아지자 결국 새누리당이 나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더구나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한전에 집단소송을 낸 사람이 10일 1만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당 지도부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민심 이반을 막고 정부 상황도 고려한 ‘절충 카드’로 지난해 실시한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누진제 개편에 대해선 새누리당 역시 반대하고 있다.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경태 의원(기획재정위원장)이 이날 “현행 최고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을 1.4배로 완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것”이라고 했지만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野“산업용 요금 올려야”

야당은 누진제 한시적 완화로는 부족하고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이 가정용에 비해 싼 불균형 때문에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 10여년간 인상률이 산업용은 76.2%였지만 주택용은 11.4%에 그쳤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산업용 대비 주거용 전기료가 저렴한 편이어서 산업용 전기료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