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장 후발주자 삼성, M&A로 격차 줄인다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네티마렐리 인수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진출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랜 시간 공들여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인수합병(M&A)과 지분 출자 등을 통해 업계에 빠르게 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삼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전장부품 사업을 모색해왔다. 2008년에는 보쉬와 합작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SB리모티브를 설립한 뒤 2012년 삼성SDI와 합병시켰다. 2012년에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관련사를 모아 전장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직을 구성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인포테인먼트 기기와 각종 센서 등 자동차에 필요한 전자부품 수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관련 시장 규모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0%에서 2030년 5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자동차 부품의 특성상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판로 개척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 하나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개의 국제인증을 받아야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납품할 수 있다”며 “품질과 삼성이라는 브랜드만 있으면 경쟁할 수 있던 전자업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전자업계 경쟁자인 LG전자는 앞서 달리고 있다. 2005년부터 계열사 등을 통해 전장부품을 집중 개발한 LG전자는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M&A와 지분 출자를 통한 사업 진출은 단기간에 많은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마그네티마렐리는 텔레매틱스와 인포테인먼트 등 주요 부품을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판매에 문제가 없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 역량을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