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봉에 달이 뜨면 신선이 마을을 어루만지듯 달빛이 아름답다. 그래서 무월마을이다. ‘없을 무(無)’가 아니라 ‘어루만질 무(撫)’다.

전남 담양군 대덕면의 달빛무월마을은 마을 북쪽의 금산을 등지고 남쪽으론 돌샘이란 맑은 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이곳에서 동쪽의 망월봉에 달이 차오르는 걸 보면 신선이 달을 어루만지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청을 기준으로 마을까지 직선거리는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을로 통하는 두 군데 길이 모두 굽이굽이 고갯길이어서 신선이 사는 곳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송일근 마을 대표는 “상점과 물품판매대가 없을 정도로 전통적 농촌다움을 고수하는 마을”이라며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이 하루쯤 모든 번잡함을 잊고 갈 수 있도록 마을을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달맞이 산책길’은 마을의 자랑거리다. 달빛산책로를 따라가면 달빛전망대 달빛정자 삼거리숲길 솔숲길 죽림지 대나무숲길 등이 나온다. 1.4㎞ 거리로 30분이면 느긋하게 산책길을 둘러볼 수 있다.

체험거리도 다양하다. 농사 체험은 다 자란 농산물을 수확하는 방식이다. 계절에 따라 감자 옥수수 단감 고구마 등을 따거나 캔다. 벼베기, 벼훑기 등도 가능하다. 음식 체험은 대통밥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마을에 있는 대나무를 베어서 대나무통을 만들고 그 안에 밥과 곡물을 넣은 ‘대통밥’을 지어 먹는다. 한과와 메밀묵 만들기도 있다. 그 밖에도 토우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 소망등 띄우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는 대나무로 물총을 만들 수 있는데 아이들 반응이 좋다는 게 마을 측 설명이다.

숙박은 모두 한옥이다. 정언댁 윗뜸 아랫뜸 운기네 교촌댁 등 정겨운 이름이 붙어 있다. 3인 이하 가족실은 통상 1박에 5만원이다. 20인이 들어갈 수 있는 숙소는 1박에 30만원이다. TV는 모두 있지만 에어컨은 일부러 갖추지 않은 곳도 있다.

주변에 둘러볼 만한 관광지도 많다. 31만㎡ 규모의 울창한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는 담양 죽녹원도 그중 하나다. 조선 인조 26년(1648년)에 부사 성이성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어 만든 관방제림도 근처에 있다.

‘초록빛 동굴’로 불리는 메타세쿼이아길도 담양에 있다. 1970년대 초반 가로수 조성사업으로 3~4년생 묘목을 심은 것이 40여년 만에 울창한 숲길이 됐다. 한국 민간 정원의 원형을 담은 소쇄원도 지척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