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선임기자
홍영식 선임기자
정치권에서 개헌 주장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68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이제는 여야 지도부가 국가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늦어도 70주년 제헌절 이전에는 새로운 헌법이 공포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3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철 지난 옷’ 처럼 사회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사회·종교 등 각 분야 원로 30여명은 지난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개헌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 데 뜻을 모았다”며 “여야 정당이 이를 수용해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1987년 이후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시작하여 식물 대통령으로 그 임기를 마쳤다”며 “이제는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하여 분권형 권력 구조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임제, 재선 위해 포퓰리즘 정책 취할수도

5년 단임제를 대체할 권력구조로 이원집정부제(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어떤 제도를 채택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르다. 또 각각의 제도들의 역기능도 만만치 않아 개헌 성사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5년제 대통령의 단점으로 꼽히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정책의 연속성 보장도 가능하다. 국회의원 임기와 맞춰 잦은 선거로 인한 폐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단점도 적지 않다. 재선을 위해 대통령은 ‘포퓰리즘적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재선 땐 현 5년 단임대통령제와 마찬가지로 임기 후반기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 ‘권력 나눠먹기’될 수도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폐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된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융합한 것이다. 대통령이 외교와 통일, 국방 분야를 맡고, 나머지 내치는 다수당이 내세운 총리가 행사하는 유형이다.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이원집중부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주장한다. 이들은 또 이원집정부제가 내각제 요소를 반영하다 보니 행정부와 의회간 대립이 줄어들고 협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단점으로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불분명한데 따른 정국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 ‘권력 나누기’가 아니라 ‘권력 나눠먹기’가 될 수 있다. 친박근혜계에서 최근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구상이 나왔다. 개헌에 대해 집권 유불리를 따지는 정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내각제, 책임성 높일 수 있으나 국정 일관성 부족

의원내각제는 행정부와 의회간 갈등을 줄여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수당이 집권하도록 해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는게 장점으로 꼽힌다. 한계도 뚜렷하다. 다수당 의원들이 내각 총리와 장관을 맡는데,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20대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외교 통일 분야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권 교체가 잦아 5년 단임제 때보다 국정 일관성을 확보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의회 권력의 확장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5년 단임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했지만, 내각제는 ‘제왕적 의회’소리를 들을 공산도 있다.

◆전국민적 열망 있어야 성공 가능성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모두 국민이 직접 뽑지 않는 총리가 국정운영을 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다. 한국은 대통령 중임제와 의원내각제를 경험해 본 적 있지만 그리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개헌에 대해 1987년 때와 같이 국민적인 에너지를 모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느냐도 관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3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한 결과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묻자 ‘관심 있다’가 43%, ‘관심 없다’가 46%로 나타났다. 개헌이 전국민적인 열망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