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학생들이 학교 내 창업 공간인 ‘아이디어팩토리’에서 창업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아이디어팩토리는 대학생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구현해 사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한양대 제공
한양대 학생들이 학교 내 창업 공간인 ‘아이디어팩토리’에서 창업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아이디어팩토리는 대학생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구현해 사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한양대 제공
한양대는 전통적인 ‘이공대 강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이공계 대학 취업률 1위(79.4%)다. 창업 지원과 기술실용화도 매우 활발하다. 국내 벤처인증을 받은 3만여개 기업 중 약 6%(1650개)가 한양대 출신이 설립한 회사다. ‘공대가 강한 한양대’의 이 같은 저력은 ‘2016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공계 종합 순위 1위, 공학계열 1위, 자연과학계열 1위를 모두 차지했다. 성균관대는 삼성그룹과의 산학협동 및 활발한 기술실용화 등을 바탕으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KAIST는 ‘교육 인프라’(1위)와 ‘연구 역량’(2위)을 잘 갖춘 곳으로 평가받으며 3위에 올랐다.

‘SKY’ 앞선 한양대

[2016 이공계 대학 평가] 한양대, 창업 지원·기술 실용화 부문서 두각 나타내 종합 1위
국내 주요 50개 대학의 이공계 대학 평가 결과는 대학 전체에 대한 기존의 평가 순위와 다소 차이가 났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SKY’로 불리는 전통 명문대들이 뒤로 밀리고 한양대, 성균관대, KAIST, 포스텍(포항공대) 등이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산학협동 및 기술실용화, 창업 및 취업과 관련된 대학의 실적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한국경제신문의 이공계 대학 평가는 대학이 양성하는 인재 수준과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기술 수준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미스 매치’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연히 취업과 창업에 강한 이공계 대학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6 이공계 대학 평가] 한양대, 창업 지원·기술 실용화 부문서 두각 나타내 종합 1위
1200여명의 공대생을 육성 중인 한양대는 창업교과가 53개에 달한다. 국내 대학 중 가장 많다. 공대생 60%가 창업교과를 수강할 정도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는 것이 제1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테크노경영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대생은 한 명도 빠짐없이 3학년 때 이 과목을 들어야 한다. 이공계 학생이 갖춰야 할 경영적 지식뿐만 아니라 기업가 정신도 배운다.

[2016 이공계 대학 평가] 한양대, 창업 지원·기술 실용화 부문서 두각 나타내 종합 1위
한양대 창업 과정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기업 현장과 학생들을 긴밀하게 이어준다는 점이다. 휴온스, 웰크론 등 한양대 출신 중견기업 창업자가 직접 수업에 참여한다. 삼성전자 대리 등 기업의 실무자들과 공동으로 창업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 덕분에 한양대 이공계 대학에선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됐다.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창업교육이란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인데, 기업을 세워 실패하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며 “경영인 마인드로 창업 훈련을 하다 보면 기업에 취업했을 때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고려대, 근소한 차이로 연세대 앞서

성균관대는 한양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성균관대는 삼성재단의 후원을 받아 이공계 대학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 규모만 매년 1000억원가량에 달한다. 덕분에 연간 학생 1인당 장학금은 499만원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 높은 편이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 역시 42.3%로 사립대 중 1위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협업하고 있는 데 힘입어 융복합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관련 특허가 147건(2013년 6월 기준)으로 삼성전자(224건)에 이어 2위다.

국·공립대 중에는 KAIST가 두각을 나타냈다. 교육과 연구의 질이란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KAIST는 교수당 학생 수,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 등에서 수위권에 올랐다. 교수들의 연구 환경도 서울대 등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내 연구비 등 ‘자금 투입’도 가장 많이 이뤄지는 데다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 등 ‘업적’ 면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얻었다. 연구중심대학으로 특성화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영원한 라이벌’인 고려대와 연세대 간 경쟁에선 고려대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기업체 설문조사에서는 연세대가 서울대에 이어 2위를, 고려대가 3위를 차지했으나 양적 지표에서는 고려대가 우위를 보였다. 교수당 교내 연구비,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학생창업, 현장실습 참여학생 등이 고려대가 앞선 주요 지표다. 연세대는 교수확보율, 교수당 교외연구비, 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 매출 등에서 고려대를 앞섰으나 종합 점수에서는 고려대에 다소 뒤졌다.

이 밖에 UNIST(울산과학기술원)가 10위에 올라 KAIST에 이어 특성화 대학의 힘을 보여줬다. 서강대와 중앙대는 공동 8위를 기록했다. 지역거점대학 중에선 부산대(12위), 충남대(15위), 충북대(18위)가 상위권 대학으로 분류됐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