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광고매체인 디지털 사이니지 관련 정책을 놓고 정부 내에서 엇박자가 심각하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12월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반 년도 안 됐는데 이번에는 행정자치부가 디지털 사이니지를 과거 옥외 광고물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래부는 당초 별도의 특별법까지 제정,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소관 부처가 행자부로 바뀌었다. 행자부가 기존 옥외광고물 관리법 안에 디지털 사이니지 진흥 계획을 포함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행자부가 지난 4월 이 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터졌다. 산업 활성화 촉진법이 아니라 규제법으로 둔갑한 것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하려면 옥외광고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 광고물의 설치 제작 게시 등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디지털 광고물은 지상 10m 이상에 설치해야 하고 주거지역에는 제한된다.

결정적인 규제는 ‘창문 이용 디지털 광고물은 타사 광고를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창문 이용 광고란 편의점, 체인점 등이 실내에 설치해 외부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광고판으로 디지털 사이니지의 핵심 사업이다. 전국에 수백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해 생활정보도 제공하고 자사 및 타사 광고물을 유치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새로운 사업으로 준비해왔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한 번 설치하면 별도의 필름이나 간판 제작 없이 TV처럼 계속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제4의 스크린’이라고 불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행자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기존 옥외광고물 업체들이 반발하자 ‘타사 광고 금지’라는 조항을 슬쩍 집어넣은 것이다.

행자부가 돌연 규제로 돌아서면서 미래부의 육성계획만을 믿고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에 뛰어든 200여 업체엔 비상이 걸렸다. 삼성 LG 등 디스플레이 업체도 울상이다. 같은 정부에서 다른 말을 한다. 도대체 누구를 믿고 따라가야 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업을 하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