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미사업장의 생산라인 근무자가 올레드 TV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제공 LG전자
LG전자 구미사업장의 생산라인 근무자가 올레드 TV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제공 LG전자
[ 이진욱 기자 ] "금성사의 흑백TV가 LG전자의 올레드로 진화했다"

지난 3일 방문한 LG전자 구미사업장은 1975년 준공돼 현재 연간 약 400만대의 TV를 생산하는 LG전자의 심장부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1966년 국산 1호 흑백 TV를 출시한 이후, LG전자 구미사업장은 우리나라 TV 기술의 역사가 됐다.

현재 구미사업장은 TV 기술의 정점으로 불리는 '올레드 TV' 생산능력이 월 1만대 수준으로, 올레드 TV 생산 국가 중 단연 최고다. 올레드 TV는 구미사업장의 A1동, A2동, A3동 3개 건물 가운데 A3동에서 생산된다. A3동은 올레드 TV뿐만 아니라 LCD TV, 미니빔 TV, 모니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A1동을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 A2동을 제품·부품 창고로 사용중이다.

연면적 12만6000제곱미터(㎡)의 A3동 1층에 들어서니 흰색 타일이 깔려있는 LCD TV 생산라인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흰색 타일에서는 작은 티끌도 잘 보인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항상 최상의 청결 상태를 유지해 생산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 제로화한다는 LG전자의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생산라인 근무자의 머리 위에 설치된 부품공급 전용 컨베이어 벨트도 시선을 끌었다. 이 컨베이어 벨트는 제품 케이스, 부품 등을 운반하기 위한 것으로, 생산라인 근무자의 옆이나 뒤에 부품들을 쌓아 둘 필요가 없어 공간 활용도와 공정의 정밀도까지 높일 수 있다.

구미사업장은 프리미엄부터 보급형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품 특성에 맞춰 팔레트(Pallete) 생산방식과 플로우(Flow) 생산방식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팔레트 생산방식은 각각의 팔레트에 올려진 제품을 생산라인 근무자가 확인한 후, 다음 구간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팔레트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라인 근무자가 제품의 앞뒤, 양옆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곡면 디스플레이나 베젤이 얇은 사이니지 등 제품을 세운 상태에서 작업하기 편리한 경우에도 팔레트 방식을 사용한다.

플로우 생산방식은 컨베이어 벨트가 일정한 속도로 쉬지 않고 흘러가기 때문에 생산 속도가 빠르다. 플로우 생산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오류를 철저히 걸러내기 위해 자동화된 생산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LG전자 측 설명.
LG전자 구미사업장의 생산라인 근무자가 LG 올레드 TV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제공 LG전자
LG전자 구미사업장의 생산라인 근무자가 LG 올레드 TV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제공 LG전자
◇불량 방지 '원인은 분명하게, 개선은 확실하게'

TV 생산공정은 나사를 조이는 것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컴퓨터와 생산라인 근무자가 교대로 점검한다. 엔지니어가 TV의 생산공정을 설계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입력된 프로그램에 맞춰 자동화 장비가 TV를 조립한다.

생산라인 근무자는 모니터를 통해 공정상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면서 눈으로도 직접 제품을 살펴본다.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작업자들을 보면서 사업장 벽에 붙어 있는 '원인은 분명하게, 개선은 확실하게'라는 문구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LG전자는 지난해 TV 업계에서 처음으로 자동 스크류 체결기를 도입했다. 자동 스크류 체결기는 나사가 필요한 좌표를 인식하고 해당 위치에 필요한 나사를 찾아 6개의 로봇 팔로 힘과 각도를 조절해 나사를 조인다.

나사 조립이 끝나면 카메라가 조립된 제품을 스캔해 미세한 전선이나 나사 하나까지 설계도면과 비교해 누락된 부품이 없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생산라인 근무자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한 후 제품은 포장공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포장공정으로 넘어오니 '쉬이익'하는 바람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비닐이 위에서 아래로 제품을 덮으면서 강한 바람소리가 났고 작업자들은 종이박스로 TV, 스티로폼, 부속품 등을 끼워 넣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포장공정에서는 근무자가 바코드 리더기를 이용해 리모컨, 외부기기 연결선, 제품 설명서까지 일일이 고유 넘버를 스캔한 후 제품 박스에 담고 있었다. 컴퓨터는 바코드가 확인되지 않은 구성품이 있으면 자동으로 오류를 알려주기 때문에 액세서리가 누락되지 않는다.

TV 생산라인은 G1라인부터 G4라인까지 총 4개로 55형 올레드 TV는 G3라인에서, 65형과 77형 올레드 TV는 G4라인에서 생산되고 있다.

올레드 TV의 품질 검사는 매우 엄격해 보였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품질검사를 마친 올레드 모듈에 방송 수신 회로, 외부기기 연결 회로, 케이스 등을 조립한 후 TV 세트로서의 품질검사를 시작한다. 140m 길이의 올레드 TV 생산라인은 조립, 품질검사, 포장 공정이 각각 30m, 60m, 50m다. 품질검사공정 라인의 길이가 조립공정의 2배나 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LCD TV 생산라인은 플로우 방식과 팔레트 방식을 모두 쓰고 있는데 비해 올레드 TV는 팔레트 방식으로만 생산된다. 팔레트 생산라인에서 올레드 TV를 생산하는 이유는 보다 철저한 품질검사를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생산된 올레드 TV가 출하되고 있다./제공 LG전자
LG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생산된 올레드 TV가 출하되고 있다./제공 LG전자
◇올레드TV, 품질 검사 단계도 프리미엄급

올레드 TV의 생산라인은 조립공정이 끝나면 팔레트가 90도 가량 돌아가기 때문에 생산라인 근무자가 측면부를 육안으로 검사하기 편리하다. 측면부를 확인하는 공정부터 충격검사, 자연색검사, 기능검사, 외관검사 등을 거치는 총 15분 동안 제품의 화면은 계속 켜져 있었다. 근무자는 해당 공정 외에도 화면의 색이 바뀌지는 않는지, 화면이 정상적으로 켜져 있는지, 색상이 균일한지 등 제품의 초기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올레드 TV는 일반적인 검사 외에도 올레드 TV 전용 시험실에서 별도의 검사를 받고 있었다. 포장공정이 끝나면 제품창고로 옮겨지는데, 올레드 TV 전용 시험실은 그 창고 앞에 있었다. 포장을 마친 제품을 다시 전용 시험실로 가져와 포장을 다시 뜯고 제품을 꺼내 검사하기 위해서다. TV 설치 시 박스를 개봉하고 제품을 꺼내 설치하는 데까지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충격까지도 철저히 살펴보기 위한 것.

기능 시험실은 1층과 2층에 각각 위치해 있고 검사 조건에 따라 상온 시험실, 고온 시험실, 음질 시험실 등으로 구분돼 있었다. 1층과 2층에 있는 상온 시험실은 TV의 기능, 소비 전력 등을 점검한다. 가령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버전이 나오면 전원을 껐다 켜는 것부터 스마트 기능들까지 하나하나 구현하며 검사를 마치는데만 4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니 고온 시험실이 있었다. 40도가 넘는 고온의 환경에서는 전자제품들의 수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온 시험실에서 모든 기능을 일일이 확인한다. 시험실 외부 두꺼운 벽에 손을 살짝 갖다댔을 뿐인데도 온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오랜 시간 고온의 환경에서 작업시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어 작업자들은 확인할때만 잠깐씩 시험실에 들어간다고 한다.
신제품은 7일간 고온 시험실에서 품질 시험을 거쳐야 한다. 기존 제품들도 생산될 때마다 무작위로 골라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고온 시험실에서 최대 168시간까지 품질 시험을 받고 있었다.

고온실험실에서 왼쪽 통로로 돌아가니 음질 시험실이 나왔다. 음질 시험실에서는 완벽히 밀폐된 공간 안에서 가장 큰 소리부터 음소거 직전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 점검한다. 잡음은 물론, 소리의 크기에 상관없이 음색의 변화가 없는지 확인한다. 시청자들은 화질이 좋아지는 만큼 좋은 음질을 기대하기 때문에 음질 또한 철저한 검사를 거치고 있었다.

이병철 TV/모니터생산FD담당(상무)는 “프리미엄 TV란 단순히 가격만 높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의 진정한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품질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