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알려진 30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알려진 30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문턱까지 갔던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라는 큰 고비를 사실상 넘었다. 그렇다고 위기를 완전히 극복한 건 아니다.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몇 가지 더 남아 있다.

앞으로 다섯 차례 더 남은 사채권자 집회와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관문을 추가로 통과해야 한다. 이 관문들을 모두 지나야 채권단의 출자전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출자전환을 거치면 부채비율 200%대의 건전한 해운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영업력을 되찾아야 현대상선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개인 채권자 설득이 관건

용선료 문턱 넘어도…현대상선 '클린 컴퍼니' 되려면 3대 고비 남았다
현대상선은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8042억원어치의 채무를 일시에 재조정하기로 하고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현대상선이 제시한 채무재조정안은 공모 회사채의 50%를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2년간 상환을 유예한 뒤 3년 동안 분할상환하는 조건이다.

채권금리는 연 3~6%대에서 연 1%대로 낮춘다. 대부분 지역농협과 신용협동조합 등 법인 투자자들이 많아 이들을 강하게 설득하면, 전반적으로는 통과 전망이 밝은 편이다. 그러나 6월1일 열리는 집회에선 개인투자자가 상당수여서 통과 여부가 불확실할 것으로 금융계는 내다봤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은 30일 “용선료 인하 협상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채권자 집회 참석자들을 설득하려는 목적에서 용선료 인하 협상이 긍정적이라고 서둘러 밝힌 것으로 재계는 분석했다.

◆해운동맹 재가입 ‘긍정적’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가 성공적으로 최종 마무리되면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도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일본 3대 선사(NYK, MOL, K라인) 등은 한진해운과 함께 지난 13일 제3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를 결성키로 했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세계 1위와 2위 해운사가 결성한 ‘2M’이나 중국과 프랑스 선사가 손잡은 ‘오션’ 등 양강체제로 재편되자 이들 동맹에 편입되지 못한 해운사들을 중심으로 제3해운동맹을 결성키로 한 것이다. 현대상선은 올초부터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디 얼라이언스에서 일단 제외됐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기존 해운동맹 ‘G6’의 정례회의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열릴 때 이 회의에 관계자를 참석시켜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재가입 측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G6 회의에 산업은행 관계자, 혹은 해양수산부나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들을 참석시켜 측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현대상선의 글로벌 해운동맹 재가입 여부가 6월 중 확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 목표는 영업력 회복

현대상선은 2013년부터 산업은행 등 채권단 요구로 벌크선, 항만 터미널 등 알짜 자산을 잇달아 매각했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상당수 잃은 상태다.

현대상선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조2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했다. 이 기간에 현대상선은 1630억원의 영업손실과 276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용선료 인하가 최종 확정되면 순이익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22.56%에 대한 매각 대금 1조2427억원을 31일 받기로 했다.

이 중 대출금을 갚고 남은 9000억원가량이 유입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이를 채무상환이 아닌 운영자금으로 활용해 영업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분기부터 운임이 회복되고 있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좌동욱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