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고등어
한 달간의 금어기(禁漁期)를 끝낸 고등어잡이 배들이 일제히 출항한다. 대규모 선단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어린 고등어들이 제대로 자라도록 금어 기간을 둔 지는 10년 정도 됐지만 이렇게 출어(出漁) 행사를 치른 건 최근 일이다. 국내산 고등어의 80~90%를 취급하는 부산에서는 이를 관광상품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등어를 ‘등급 높은 물고기(高等魚)’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본래 이름은 ‘등이 부풀어 오른 물고기’란 뜻의 고등어(皐登魚)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서 ‘푸른 무늬 물고기’라는 의미의 벽문어(碧紋魚)라 했으니 ‘등 푸른 고기’도 꽤 오래된 표현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옛 칼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고도어(古刀魚)로 기록돼 있다. 일본에서는 사바(鯖)라 하는데 이 역시 고기 어(魚)에 푸를 청(靑)이 붙은 글자다. 고등어 두 마리(한 손)를 뇌물로 가져간 데서 ‘사바사바’란 말이 생겼다는 속설이 전한다.

고등어는 맛도 좋고 영양도 뛰어나다. 비타민B2와 철 성분이 풍부한 데다 참치, 견과류, 들기름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까지 듬뿍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기억력 증진을 돕고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하며 혈압까지 낮춰주니 금상첨화다. 다만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서 잡은 뒤 바로 먹거나 냉장해야 한다. 신선한 상태로는 회로 먹을 수 있지만 지방이 많아 산패 위험이 높다. 그물도 고등어 떼가 알아차리기 전에 재빨리 쳐야 한다.

안동 간고등어는 운송 과정의 염장 덕분에 감칠맛이 난다. 고등어에 소금을 치는 사람들을 간잡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손맛에 따라 상품의 등급이 좌우될 정도였다. 안동 간고등어가 세종실록에도 등장한다는 얘기는 다소 과장된 듯하다. 명나라 사신이 고등어를 비롯한 건어물들을 요구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이는 염장이 아니라 말린 고등어를 가리키는 것이다. 고등어를 본격적으로 소비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다.

일본인은 고등어 초절임인 시메사바(しめさば)를 즐긴다. 식초로 산패를 막고 비린내까지 잡아주기 때문에 풍미가 짙다. 그래서 회보다 초절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식초에 한 시간가량 담갔다 숙성시키는데 이때 간잡이처럼 요리사의 손끝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올해 고등어값이 역대 최고다. 노르웨이산이 꾸준히 들어오는데도 국내 어획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등어잡이 배들의 화려한 출어를 보면서 만선의 기쁨을 함께 그려본다. ‘국민생선’값이 안정되면 우리 식탁도 그만큼 풍요로워지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