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회사에 공동으로 투자했다. OLED 기술이 없는 중국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 위해 미국 회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1위인 BOE, 전자회사 TCL의 투자부문 자회사인 TCL캐피털과 상하이 GP캐피털, 레드뷰캐피털 등 9개 중국계 벤처캐피털은 최근 미국 카티바에 88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2008년 MIT 랩에서 분사해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프린팅 기술을 통해 OLED 패널을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분말 형태인 OLED 재료를 증착 공정으로 기판 위에 얹고 있다. 카티바가 개발 중인 프린팅 기술은 용액 형태의 OLED 재료를 잉크젯 프린터처럼 기판 위에 인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OLED 생산 원가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MIT에서 10년 이상 OLED를 연구해온 코너 매디건 박사가 설립 초기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1억2500만달러를 투자받았으며 삼성벤처투자, 세계 1위 반도체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머터리얼도 일부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LCD 투자를 중단하고 OLED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이 개발하지 못한 OLED 기술로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몇 년간 40여개 LCD 라인을 세워온 중국은 올초부터 투자 방향을 OLED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이 OLED에 집중하고, 애플도 내년부터 아이폰에 OLED 패널을 채택하기로 하면서 디스플레이 수요가 OLED로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기물로 빛을 내는 OLED는 LCD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아직 OLED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중국 업체들이 미국 벤처를 통해 OLED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