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닛산의 배기가스 조작 문제가 연이어 터진 데다 디젤차의 미세먼지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의 디젤 정책이 종전과 180도 달라질 조짐이다.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 중인 환경부는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경유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환경부는 당초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세먼지 대책으로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와 아예 경유값을 올리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디젤차=친환경 차’라며 환경개선부담금을 유예해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왔던 정부다. 디젤차의 배출이 가솔린차보다 적다며 ‘저공해 차량’ 인증에서도 혜택을 줬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는 완전히 태도를 바꿔 ‘디젤차=대기오염 주범’으로 지목하고 수요 억제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에 맞춰 앞다퉈 디젤차를 개발해온 업계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라고 완전할 수는 없다. 잘못된 정책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그동안 디젤차의 매연문제를 지적하면 “유럽에는 디젤차가 더 많다” “요즘 기술이 좋아 그런 문제는 없다”고 강변하던 정부다. ‘만 덜 나오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디젤이 내뿜는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에는 눈을 감고 ‘클린 디젤’만 이야기해왔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아무런 해명도 없이 경유차 운행을 억제하겠다고 나서니 ‘냉탕 온탕’도 분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최근 환경부가 처한 어려운 처지도 작용했을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 주요 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하기로 결정된 데다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다. 부서 차원의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국민 앞에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그러고 나서 디젤차를 때려잡든, 경유값을 올리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데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면서 아무런 설명도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