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이 중요한 이유
2000년대 초반 사회적 기업 열풍 속에 두 기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출발은 모두 창대했지만 끝은 달랐다. 두 회사는 ‘아나바다(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쓰고)’ 운동이 한창이던 때 사업을 시작했다. A기업은 시민들의 기증 물품을 되파는 사업을 했다. B사는 농가와 직거래를 해 유기농 식재료를 공급받아 제대로 된 유기농 식사를 조리해 자율가격제로 판매했다.

시간이 흐른 뒤 A사는 해외 진출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B사는 계속되는 적자 때문에 결국 폐업했다. 두 회사의 차이는 ‘전체를 보는 눈이 있느냐’였다. A사는 기증받은 물품(무엇을)을 자원봉사자들(누가)의 노력으로, 기업 협찬으로 받은 저렴한 가게(어디서)에서 취급했다. 비용이 거의 0에 가깝고 판매수익은 고스란히 이익에 잡혔다.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B사는 유기농재료(무엇을)를 공정거래를 통해 공급받았고, 이 때문에 이 회사의 한끼 원가가 8000원에 달했다. 전문 요리사(누가)가 필요했다. 식당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어디서)에 열었고, 그 결과 임대료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결정적으로 자율가격제를 채택하다 보니, ‘착한 소비’를 한다는 취지와 달리 무전취식이 발생했다. 비용 부담은 컸고, 수익은 턱없이 부족했다.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후발주자였던 애플이 MP3 시장을 석권한 것도 전체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설계한 결과다.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잘 디자인된 MP3 기계를 공급하고자만 했다면 다른 경쟁사와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전체적인 구조를 봤다. ‘예쁜 MP3’에 머물지 않고, 음악을 쉽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음원을 사고 파는 공간이 필요하니 ‘아이튠즈’라는 새로운 음원유통 채널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애플은 기계보다는 아이튠즈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아이튠즈에 접속할 수 있도록 음원마케팅 활동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기 위해 음원제작사인 음반사와 협업을 했다. 마케팅 비용과 파트너십 비용을 부담해야 했지만, MP3 기계 판매 수익 외 음원 판매 수익이 발생하니 애플과 음반사 모두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아이템, 고객, 채널, 파트너, 핵심자원, 핵심활동, 비용, 수익원 등이 전체적인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그 틀 안에서 돈 버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애플의 성공요인은 바로 이것이었다.

베터플레이스는 전체를 보는 관점이 부족해 위기를 겪는 사례다. 이 회사는 교체가능한 배터리식 전기자동차라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업가치가 1조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5년 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교체는 쉬웠지만 교환소에 가야만 했다. 배터리교환소를 계획 대비 절반밖에 짓지 못했다. 정부지원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가격은 비쌌다. 교환소가 충분하지 않아 교환을 통한 서비스 수수료 수익은 많지 않았다. 비싼 가격 때문에 차가 거의 팔리지 않아 판매 수익도 예상보다 저조했다. 교환소라는 채널이 부족했고, 핵심파트너인 정부와 손발이 맞지 않았다. 결국 수익구조에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전형적으로 사업 아이템은 좋았지만, 다른 사업구조에 허점이 있었다.

현대 기업에서는 ‘사일로 현상(부서와 교류하지 않고 자기 부서의 내부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직 간 이기주의 현상)’은 필연적일 수 있다. 분산화·기능화돼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내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옆을 가린 말처럼 자신의 일에만 매몰돼 앞으로 돌진하던 시대는 끝났다. 협업의 시대다. 비록 내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부서, 다른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더 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내 일이 회사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야 한다.

선구안을 가진 기업이라면 핵심인재들을 대상으로 회사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을 가지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조미나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